직장폐쇄 뒤 ‘반감금’ 상태에서 장시간 노동과 구사대 역할을 강요받다가 우울증에 걸린 유성기업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았다. 유성기업은 최근 직장폐쇄·용역경비 투입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에스제이엠(SJM), 만도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민주노조가 약화된 사업장이다.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9일 유성기업 노동자인 ㄱ(51)씨가 “지난해 5월18일 직장폐쇄 뒤 공장에 복귀한 상황에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사쪽의 출입통제 등으로 우울증에 걸렸으니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낸 산재 신청에 대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돼 지난 6일 산재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지회와 이번 산재사건을 맡은 노무법인 ‘이유’의 말을 종합하면, ㄱ씨는 지난해 5월18일 회사가 직장폐쇄를 단행한 뒤 11일 만인 같은달 29일 공장으로 복귀했다. ㄱ씨는 복귀 다음날인 5월30일부터 7월19일까지 이틀을 제외한 49일 동안 일을 했다. 6월에만 109.5시간의 연장노동을 하는 등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이유’의 이상철 노무사는 “ㄱ씨는 특히 직장폐쇄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탈의실 등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잠을 자는 등 ‘반감금’ 상태에서 일을 했다”고 말했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 것도 ㄱ씨를 힘들게 했다. 작업 중에 긴급상황이라며 쇠파이프를 나눠주고 공장 밖에 있는 조합원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ㄱ씨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라서 마스크나 수건으로 얼굴을 가려도 누군지 알아 볼 수 있었다”며 “복귀한 것에 대한 후회와 자괴감에 빠졌다”고 진술했다. ㄱ씨는 심각한 불면, 초조, 불안증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지난해 8월 ‘중증의 우울성 에피소드’ 진단을 받아 지금까지 치료중이다.
유성기업은 노사 갈등 끝에 법원의 중재로 직장폐쇄 91일 만인 지난해 8월16일 협상이 타결됐으나 회사 쪽과 가까운 노조가 생기면서 민주노조는 약화됐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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