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불법파견 인정않고 버텨
8년 기다린 비정규직들 분노
해고자 등 2명 송전탑 올라가
8년 기다린 비정규직들 분노
해고자 등 2명 송전탑 올라가
‘불법파견’을 둘러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사쪽의 갈등이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 등을 벌여온 비정규직노조가 이번에 빼내든 무기는 공장 안 철탑 고공농성이다. 농성자들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내려오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36)씨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천의봉(31) 사무국장은 17일 밤 10시30분께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근처에 있는 50m 높이의 송전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최씨는 올해 2월 대법원에서 ‘현대차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최종 판결을 받았지만, 회사가 또다시 소송을 내 아직 복직하지 못한 상태다.
최씨는 철탑의 15m 높이, 천 국장은 20m 높이에 밧줄로 몸을 묶은 채 매달려 있는 상태다. 이들은 강제진압에 대비해 시너까지 갖고 올라갔다. 실제 18일 새벽 현대차 용역경비원 4명이 송전탑 위로 올라가 진압하려는 과정에서 최씨가 몸에 시너를 끼얹으며 극렬하게 저항하기도 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이처럼 ‘극한투쟁’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법을 무시하는 대기업,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으로 여기는 정규직, 사태를 수수방관한 정부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을 철탑 위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명하다. 고용노동부, 대법원, 노동위원회가 판단한 대로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법에 따라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 울산, 충남 아산, 전북 전주 공장 모두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2010년 7월과 올해 2월 대법원은 최씨가 낸 소송에서 “현대차는 불법파견 사업장으로, 최씨는 이미 현대차 직원”이라고 판결했다.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도 울산·아산·전주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2005년 1월, 8월 두차례 파업을 벌였고 최씨를 포함해 해고자만 100여명이 발생했다. 2010년 11월에는 울산 1공장을 25일 동안 점거했지만, 돌아온 것은 해고 100여명, 징계 1000여명 등 희생뿐이었다.
지난 8월 현대차가 불법파견과 관련해 8년 만에 처음으로 들고나온 해법이 사내하청 노동자 3000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한다는 안이다. 겉보기에는 현대차가 통큰 결단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 노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회사의 신규채용 안을 받아들인다면, 하청노동자 8000명 중 3000명은 정규직이 되겠지만, 나머지 5000명은 대법원 판결 기준으로 봤을 때 불법파견이 분명한데도 사실상 ‘합법도급’이 되는 것”이라며 “지회 스스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안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또 불법파견을 인정받으면 그동안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을 돌려받고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신규채용의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 중 5000여명이 현대차에서 10년 가까이 일했다.
현대차 정규직이 연대에 소극적인 점도 하청 노동자들의 극한투쟁을 불러온 원인이다.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지난 4월 비정규직지회와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공동요구안을 확정하고 공동투쟁을 결의했다. 하지만 임금협상 과정에서 정규직노조가 ‘3000명 신규채용’ 안을 수용하려고 하자, 비정규직지회는 ‘울며 겨자 먹기’로 따로 협상하겠다며 ‘고립’을 택했다.
노동부와 검찰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금도 불법파견 사업장인데 노동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고, 검찰은 전국금속노조가 2010년 8월 현대차를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최근에야 2년 만에 수사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최근 박현제 비정규직지회장 등 노조 관계자 26명을 고발하고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및 급여 가압류를 하면서 압박하고 나섰다.
최병승씨는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8년 동안 끌어온 불법파견 문제를 이제는 반드시 끝장내겠다는 각오로 철탑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여전히 불법파견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2월 대법원 판결은 최씨 개인에 대한 판결로 현대차 전체에 적용하기 힘들다”며 “노조 쪽 사정으로 사내하청 특별협의가 늦어지고 있는데, 비정규직노조가 철탑 농성에 들어가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울산/신동명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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