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도입때보다 절반에 불과
회사선 비용탓 ‘적용제외’ 요구
노동자도 보험료 절반 부담 꺼려
회사선 비용탓 ‘적용제외’ 요구
노동자도 보험료 절반 부담 꺼려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가입률이 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치는 제도 도입 초기인 4년 전과 견줘 오히려 절반 가까이 준 것이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공개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가입 특례조항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한 보험설계사·레미콘 운전자·학습지 교사·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4개 직종의 특수고용 노동자 40만7000여명 가운데 산재보험 가입자는 9.2%(3만7000여명)에 머물렀다.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4개월이 지난 2008년 11월(16.2%) 보다 대폭 감소한 수치다.
입법조사처는 “제도 도입 뒤 오히려 산재보험 가입률이 계속 떨어지며 절반 수준까지 추락하는 등 입법 효과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약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 5월부터는 퀵서비스·택배 기사도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은 사업주들이 보험료 절감 등을 이유로 ‘적용제외 신청’ 제도를 악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6~7월 입법조사처가 특수고용 노동자 1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산재보험 적용제외자의 54.4%가 ‘회사의 요구로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답했다. 특히 레미콘 운전자의 85.7%는 ‘회사가 구두 동의만 받거나 아무 설명 없이 신청서를 냈다’고 답했고,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62.5%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신청하거나 제도에 대한 설명 없이 서명만 받아갔다’고 응답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고용 사업장 가운데 전 직원이 적용제외를 신청한 곳도 61.3%나 됐다.
산재보험료도 가입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 노동자의 경우 사용자가 산재보험료를 100% 내고 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50%씩 나눠서 내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사업주들이 특수근로자들의 취약한 교섭력과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무지 등을 악용해 적용제외 신청을 사실상 강요·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적용제외 신청 제도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또 지난 20년간 논란이 됐던 특수근로자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갈등을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회에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며 여야 모두 찬성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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