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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자에 손배청구액 70,000,000,000원

등록 2012-12-27 20:43수정 2012-12-28 10:4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앞에서 ‘손해배상청구로 인한 노동자 살인, 노조탄압 규탄 및 노조법 개정과 노동정책 전환 촉구 법률가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앞에서 ‘손해배상청구로 인한 노동자 살인, 노조탄압 규탄 및 노조법 개정과 노동정책 전환 촉구 법률가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기업의 노조파괴 수단으로 악용
2000년초 탄압수단으로 본격 등장
MB정부때부터 개인에게도 청구해
대부분 파업 ‘불법’ 규정해 눈덩이
2010년의 6배…가압류는 10배 이상
* 700억원·2011년 노동부 자료

사용자 쪽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사례는 21일 숨진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처음은 아니다. 9년 전에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에 따른 압박감을 못 이겨 노동자들이 잇따라 자살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는 손해배상·가압류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분신자살했고, 같은 해 10월 김주익 한진중공업지회장, 이해남 세원테크 노조위원장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손배·가압류가 사회문제가 되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소송을 자제하기로 합의를 했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기업이 노조나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액수가 2010년 121억4200만원에서 지난해 7월 기준 700억1000만원으로 급증했다. 가압류 신청 금액도 2010년 13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160억49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사쪽의 손해배상 청구는 대기업 노조부터 사회적 약자들인 비정규직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2006년 파업으로 2010년에 1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은 데 이어, 2009년 파업으로 또다시 6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2009년 당시 파업에 들어가려고 하자, 사쪽인 코레일이 법원 확정판결도 나오지 않았는데 2006년 파업 때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겠다고 협박했다. 가압류가 들어오는 순간 노조는 돈줄이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손배·가압류는 노조를 옥죄는 노동탄압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노조뿐만 아니라 노조 간부 개인에게도 손해배상이 청구되면서 노조 활동이 더 위축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배·가압류는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비켜 가지 않는다. 불법파견 인정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경우, 현대차 사쪽은 지회 조합원 수백명을 상대로 11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가압류까지 이뤄졌다. 한달 월급이 고작 100만원 안팎인 홍익대 청소노동자들도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다가 홍익대로부터 2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이처럼 사용자 쪽이 손해배상·가압류를 남발하는 배경에는 노동자들이 합법파업을 하기가 무척 어려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웬만한 파업은 대부분 ‘불법’으로 간주되고, 사쪽은 ‘불법파업’임을 내세워 법적 대응에 나서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한진중공업과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철회와 철도노조의 구조조정 중단 요구 등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지만, 이 문제로 파업을 하면 우리 사회에선 불법이 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어느 누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나. 불법을 감수하며 파업과 농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벌인 파업 또한 불법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 관련 분쟁’만 합법파업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법원은 구조조정, 민영화, 정리해고 등은 경영권에 해당하는 문제이므로, 이를 막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석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합법파업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 현장의 손해배상·가압류가 노조를 탄압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유독 한국에서 손해배상·가압류가 심한 이유는 파업권을 부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다, 법원이 소송에서 너무 쉽게 사용자 쪽의 주장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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