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강서(36)씨의 주검이 든 관을 지키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서 장기 농성에 들어간 유족과 농성자들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나섰다. 회사 쪽은 외부세력의 개입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농성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1일 “부산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경찰과 회사 쪽이 열사의 주검을 가져가고 농성자들을 연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조직을 동원해 24시간 밤샘농성을 벌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일 오후 2시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2000여명이 참석하는 전국 집중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연다. 이어 이날 저녁 7시부터 다음달 낮 12시까지 상근 간부들이 밤샘농성을 벌인다.
또 민주노총은 날마다 오전 10시와 낮 2시, 저녁 7시30분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경찰력 투입 반대와 회사 쪽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집회와 최씨의 주검을 추모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또 민주노총은 정치권의 한진중공업 진상조사단 구성을 추진하고 조합원 1인당 100원의 투쟁기금 모금하며, 28일까지 회사 쪽이 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철회 탄원 서명을 받기로 했다.
한진중공업 회사 쪽은 최씨의 주검과 함께 농성자들이 공장 밖으로 먼저 나가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또 회사 쪽은 “공장 안에 농성중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한진중공업 노조원이 아니라 외부인이다. 외부세력이 공장을 무단으로 점거하면서 조업중인 400여명의 현장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장 안 농성자와 사무직 직원 사이의 충돌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영도조선소 안에서 농성중인 60여명은 1일 추위와 싸우며 사흘째 정문 앞 광장에 놓인 최씨의 주검을 지켰다. 농성자들은 최씨의 주검이 안치된 관을 보호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하고, 밤에는 노조사무실과 정문 옆에 설치한 천막 등에서 번갈아 새우잠을 자며 관을 지켰다. 정문 밖에는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노조원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회사 쪽에 대화를 촉구하고 경찰과 회사 쪽이 인도적 차원에서 최씨의 주검 부패를 막기 위한 드라이아이스와 생수와 음식물 반입 허용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한편 지난해 1월 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서 탈퇴한 노조원들이 만든 한진중공업노조(새노조)는 1일 성명을 내어 “주검을 앞세우고 공장 안에서 농성을 벌이는 것은 선박 수주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며 농성 중단을 요구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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