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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고 최강서씨 주검 시위
노사 대화의 문 열리나

등록 2013-02-04 20:39수정 2013-02-04 22:15

유족 “협상일 잡으면 공장밖 이동”…사쪽 “손배소 문제도 대화”
‘지도부 체포’ 경찰 협조 여부 관건
정리해고와 노동조합 탄압에 항의해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강서(36)씨의 유족이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 최씨 관을 놓은 채 농성을 벌인 지 6일째인 4일 ‘회사가 협상 일정을 잡는다면 최씨 주검을 공장 밖으로 옮기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한진중공업이 ‘손해배상청구소송 문제 등을 포함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밝혀, 최씨가 숨진 지 40일 넘게 열리지 못했던 협상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최씨의 아내 이선화씨는 이날 영도조선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쪽이 설날(2월10일) 이전에 사태 해결 의지를 갖고 협상 일정을 잡는다면 고인의 주검을 정문 앞 빈소로 이동하겠다”고 말했다. 회사가 협상에 나서기만 하면 고인의 관을 공장 안에서 밖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에 정철상 한진중공업 홍보담당 상무는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도 사태 해결이 빨리 되기를 바란다. 무조건 만나서 대화하자. 손해배상청구소송 문제도 대화 의제로 삼겠다. 유족이 관을 가지고 나오면 바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쪽은 지난해 12월21일 최씨가 숨진 뒤 ‘교섭권은 최씨가 몸담았던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가 아니라 다수 조합원이 가입한 기업노조(새 노조)에 있고, 최씨의 죽음은 회사와 무관하다’며 노조와 대화를 거부했다. 지난달 30일 최씨 관을 앞세운 유족과 노동자들이 경찰과 몸싸움 끝에 영도조선소 안쪽으로 밀려들어가자 ‘외부세력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유족과 노동자들도 2011년 1월 정리해고에 맞서 전면파업을 벌였던 노조를 상대로 회사 쪽이 제기한 158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철회 등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씨의 관을 공장 밖으로 옮기지 않겠다며 맞섰다.

회사 쪽은 유족이 ‘협상 타결’을 전제로 내걸지 않고 고인의 주검을 공장 밖으로 옮기겠다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도 손배소 문제까지 포함해 대화하겠다는 회사의 종전과 달라진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도부가 협상해야 하는데, 경찰이 공장 밖에서 연행하면 협상할 수가 없다. 경찰이 협상이 이뤄지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의 유족과 동료 노동자 50여명은 엿새째 영도조선소 안에서 밤샘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최씨 주검이 부패하는 것을 막는 데 쓸 드라이아이스와 농성자들의 의약품을 공장으로 들이도록 허용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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