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오수영(왼쪽) 여민희 씨가 6일 오전 재능교육 본사를 마주보고 있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해 `원직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해고자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해야 내려갈 것”
교육기업 재능교육의 해고자 여민희(39), 오수영(38)씨가 6일 오전 8시30분께 재능교육 본사 앞에 있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의 약 15m 높이의 종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시위에 나선 지 1875일째를 맞은 이들은 해고자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고, 사쪽이 협상장에 나와 합의를 이끌어내기 전까지 고공농성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혜화동 성당의 종탑에 올라간 여민희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부당한 해고와 대우를 지적하며 투쟁에 나선 지 1875일째가 됐지만, 여전히 회사쪽은 우리를 정상적인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여기 올라오면 재능교육 경영진들의 사무실이 같은 눈높이로 보인다. 이젠 우리를 좀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능교육 노조는 2007년 말 회사쪽의 임금 삭감안에 반발해 파업했지만, 회사쪽은 ‘학습지 교사는 법적으로 노조를 결성할 수 없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며 단체협약을 거부했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중에 12명을 해고했다. 이에 맞서 재능교육 노조는 부당해고 철폐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주장하며 2007년 12월21일부터 시청 앞과 혜화동의 재능교육 사옥 앞에서 천막생활을 하며 1875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재능교육쪽의 조처는 법원에 의해서도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1월1일 서울행정법원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서 성격이 인정된다. 계약해지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으로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회사쪽은 법원의 판결에 항소를 제기했다.
여씨와 오씨는 간단한 생필품과 식량을 챙겨 종탑 위로 올라왔지만, 전기나 난방시설을 사용할 수 없고 추가로 식수와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씨는 “허락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성당쪽에 미리 알리지 않고 종탑 위로 올라왔다. 조합원들이 성당쪽과 식수와 식량 공급 문제를 논의 중이고, 생리적인 현상은 다른 고공농성자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