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대기업들이 불산 등 위험·유해물질 관리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해당 업체와 관련된 실태를 파악하지 않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불산 누출 사고로 5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불산 저장탱크 밸브 관리도 하청업체가 맡고 있었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하도급이 금지된 유해물질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회의를 최근 9년 동안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또 유해물질을 관리하고 있는 하도급업체 실태도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청업체의 경우 원청업체와 업무연계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원청업체의 눈치를 보는 탓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든 구조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한번 사고가 나면 지역사회까지 영향을 주는 위험·유해물질은 하도급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난 삼성전자의 경우도 불산 저장탱크와 공급장치를 연결하는 밸브 부분에 이상이 생겨 불산이 누출됐는데, 밸브 장치의 유지·보수 업무는 하청업체인 에스티아이(STI)서비스에서 맡았다. 삼성전자에서 유지·보수, 가스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협력업체만 35곳에 이른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디클로로벤지딘, 비소, 염화비닐 등 13종의 유해물질은 하도급이 금지돼 있다. 하도급을 하려면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도급 금지 유해물질 13종은 2003년에 결정됐고 불산은 빠져 있는 상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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