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천막 철거 규탄 문화제가 열려, 참석자들이 가지고 온 천막을 다시 설치하려고 시도하다가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한 참석자를 끌어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쌍용차 농성장 새벽 기습철거
중구청 직원들 동원 전격강행
경찰 280명은 현장 에워싼 채
항의하는 시민 등 40여명 연행
누리꾼 “눈물은 못닦아줄망정…”
중구청 직원들 동원 전격강행
경찰 280명은 현장 에워싼 채
항의하는 시민 등 40여명 연행
누리꾼 “눈물은 못닦아줄망정…”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농성 1년째인 4일 새벽 기습 철거를 당했다. 철거를 강행한 서울 중구는 농성장 자리에 흙을 깔고 화단을 만들어 천막이 들어서지 못하게 막았다.
중구는 이날 새벽 5시50분께 가로정비과 공무원 40여명을 투입해 10여분 만에 농성장 철거를 끝냈다. 당시 농성장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의 이현준 선전부장과 고동민 대외협력실장 등 3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철거에 앞서 오전 5시께 경찰에 협조 요청을 했고 현장엔 여경 30명 등 경찰력 280명이 배치됐다. 중구는 농성장 설치를 막으려고, 농성장이 있던 곳에 40t가량의 흙을 붓고 묘목을 심어 150㎡ 규모의 화단으로 만들었다. 중구 관계자는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강제철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충돌이 우려돼 새벽에 철거했고, 대형 화분은 시위대들이 치워버려서 아예 화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내내 중구 직원들이 화단을 만드는 동안 농성장 철거 소식을 듣고 찾아온 쌍용차 노조원들,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 시민 등과 경찰, 중구 직원들이 대치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을 포함한 40여명이 인근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날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가 차려지며 시작된 ‘대한문 농성’이 정확히 1년 되는 날이었다. 농성장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용산참사 진상 규명, 탈핵 등을 요구하는 이들이 연대투쟁에 나서면서 천막 3개 규모의 농성촌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화재로 천막 2동이 불타면서 1동만 남아 있었다.
농성장 철거 뒤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쌍용차 노조는 “얼마 전 중구와 경찰은 재능교육 농성장을 철거한 데 이어, 어제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휴업시켰다. 오늘은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까지 철거했다. 노동자와 민중의 절실한 요구를 정권 차원에서 묵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쌍용차 사태 뒤) 네 번의 겨울을 맞았다. 한 달마다 상복을 입었다 벗는 생활을 했다. 최근에도 중구에 대화로 원만히 처리하자고 했지만 중구 직원들은 ‘최 구청장의 생각이 바뀌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자 농성장 기습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도 ‘무리한 철거’라며 중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 이용자 @tmxlv*****은 “사회적 공감 능력이 없는 행정 행위는 그대로 폭력에 불과하다”고 했고, @korea***은 “노동자들 눈물은 못 닦아줄망정 기습 철거라니. 일제시대와 뭐가 다를까”라며 분노했다. 민주통합당 서울시당도 논평을 내어 “행정 조처라는 명분으로 새벽에 이뤄진 기습 철거를 국민들이 혀를 차며 지켜봤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쌍용차 범대위 쪽은 이날 저녁 대한문 앞에서 ‘중구청 규탄 문화제’를 연 뒤 5일 정오에 청와대 앞에서 범대위 대표자들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기습 철거에 항의할 계획이다.
박기용 정환봉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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