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단체 강력 비판
“MB정부때 ‘퍼플잡’ 재탕”
“MB정부때 ‘퍼플잡’ 재탕”
여성·노동단체들이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 비판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전국여성노동조합·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등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여성 노동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채, 여성 고용 유연화에만 앞장서고 있다. 정부가 언급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과거 이명박 정부가 도입했다가 사실상 흐지부지된 ‘퍼플잡’의 재탕이다. 결국엔 질 나쁜 일자리만 만들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퍼플잡’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여성 고용률 제고를 위해 적극 홍보했던 일종의 여성 시간제 일자리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을 결합한 ‘퍼플오션’에서 나온 용어다. 당시 여성가족부 등은 “일과 가정, 남성과 여성이 섞여 조화를 이루는 직업”이라고 홍보했지만, 노동계와 여성단체들은 “여성 일자리를 아르바이트로 전락시킨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런 지적은 현실이 됐다. 정부는 2010년부터 ‘퍼플잡’이란 용어를 아예 쓰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여성 유연근로제도를 알리고자 했던 홍보용 용어이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리 부실, 적합한 직종 창출 실패, 기업의 무관심이 퍼플잡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송은정 노동정책부장은 “당시 공공부문에서 퍼플잡 신청을 받았는데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로 저조했다. 적합한 직종을 개발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반면교사는커녕 실패를 되풀이할 모양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박차옥경 사무처장은 “5년 전 퍼플잡을 도입하면서 정부가 예로 내세웠던 것이 요양보호사 같은 질 낮은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였다. 그런데 또다시 이를 거론하고 있다. 옷만 바꿔입은 고민없는 일자리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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