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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똥콜, 업소비 오더 떼면 뭐 남는다고…”
대리운전기사들 ‘을의 울분’

등록 2013-07-29 20:21수정 2013-07-30 10:33

업체 불공정 행태 고발 기자회견
수수료 인하·표준계약서 등 요구
지난 23일 새벽 1시 대리운전기사 고민영(가명·47)씨의 스마트폰에 ‘수내동~의정부 30K’라는 오더(고객정보)가 떴다. 경기도 성남시 수내동부터 의정부까지 대리운전 값으로 3만원을 준다는 뜻이다. 정확한 도착지 정보를 보기 위해 ‘상세보기’를 눌렀다. 도착지가 의정부시 북쪽 끝자락인 녹양동이었다. 58㎞에 이르는 거리 때문에 3만원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고씨는 ‘거절’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500원의 벌금이 빠져나갔다. 오더를 거절할 경우 대리기사들에겐 500~1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렇듯 거절할 수밖에 없는 오더를 기사들은 ‘똥콜’이라 부른다.

같은 날 새벽 2시께 대리운전기사 김경민(가명·50)씨는 ‘서울 낙성대에서 경기 하남 덕풍동까지 2만3000원’ 오더를 받았다. 원래는 2만5000원 정도 나오는 거리이지만 손님이 없는 탓에 할 수 없이 ‘콜’(접수)을 하자, 대리운전업체 상황실에서 “손님에게 2만5000원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대리운전업체가 고객을 연결해준 식당이나 술집 등에 떼어주는 일종의 수수료인 ‘업소비 오더’ 2000원을 기사의 통장에서 미리 공제했으니 그것을 고객으로부터 받으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리운전업체에 떼어주는 수수료 20%(4600원)가 자동으로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김씨는 “회사 영업비를 기사에게 내도록 하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는 상황이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29일 700여명의 조합원이 활동중인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전국대리기사노동조합 소속 대리운전기사 20여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부당한 처지를 고발했다. 이들은 “오더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일부 회사들과 대리운전업체들이 영업비 전가와 부당한 벌금 부과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불공정 계약 강요 근절 △수수료 10%로 인하 △합리적 표준계약서 작성 등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현재 대리운전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학습지 교사나 택배기사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심사지침’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아 사실상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송재성 전국대리기사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하루빨리 나서 대리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불공정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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