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업무량에 과속 내몰려
돈 없어 보험 가입률 3.2%뿐
돈 없어 보험 가입률 3.2%뿐
대형 택배업체에서 일하는 택배기사 김현중(가명·35)씨는 추석을 한달여 앞둔 요즘 하루에 택배 250건을 처리한다. 평소 200건보다 25%가량 늘어난 물량이다. 김씨는 “한건당 2~3분 안에 배달해야 하는 압박 때문에 최근 신호를 어기고 과속을 하는 등 안전 운행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보건공단이 21일 발간한 ‘택배·퀵서비스업 종사자를 위한 안전작업 가이드’를 보면, 지난해 택배와 퀵서비스를 포함한 택배업종에서 발생한 175명의 산업재해 가운데 도로교통사고가 50.3%로 1위를 차지했다. 일하다 다친 택배·퀵서비스 노동자 둘 가운데 하나는 교통사고라는 얘기다. 이어 넘어짐(11.4%), 떨어짐(8.6%), 부딪힘(6.9%) 등의 차례였다. 도로에서 시간에 쫓겨 일하는 택배·퀵서비스 노동자들이 처한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택배·퀵서비스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5월 관련 규정의 개정으로 택배·퀵서비스 노동자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나, 강제가입이 아니라 본인 선택에 의한 임의가입이어서 많은 노동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안전공단은 현재 전국 약 21만여명의 택배·퀵서비스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실제 산재보험 가입자는 올해 4월 기준 6700여명으로 전체의 3.2% 정도만 가입한 셈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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