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직원 상조회’ 이름으로 고용 ‘꼼수’ 쓴 한예종

등록 2013-10-10 21:08수정 2013-10-11 08:30

식당 노동자 간접 고용해 관리
노동청 “사실상 직접 고용된 것”
전업주부이던 한아무개(52)씨는 2011년 2월부터 국립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생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을 시작했다. 남편 수입만으로는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대기가 빠듯한 터였다. 평일엔 오전 8시∼오후 7시30분까지 일하고 토요일도 격주로 일한 그는 월급 140만여원을 받고 나름 뿌듯했다. 그런데 월급명세서를 찬찬히 뜯어본 그의 눈에 이상한 글자가 들어왔다.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회사 이름이 ‘직원 상조회’로 돼 있었다. “이상했어요. 입사 때 면접도 한예종 정규직인 영양사가 봤고, 주방에서 업무 지시를 내린 것도 영양사였거든요. 조리계획서에 ‘햄은 너비 1㎝, 길이 4㎝ 채썰어서’로 돼 있는데, 다소 크게 썰거나 하면 영양사가 와서 규격에 따라 다시 썰라고 지시했어요.” 휴가 등 근태 관리도 영양사가 전담했다.

한씨와 함께 일하던 식당 노동자들은 지난 4월 노조에 가입한 뒤 학교 쪽에 자신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파견업 허가도 받지 않은 상조회가 자신들을 학교에 불법파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는 이들의 주장을 묵살했다.

결국 한씨 등 6명의 식당노동자는 지난 8월 서울북부고용노동지청에 한예종 총장과 총무과장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리고 10일 노동청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청은 노동자들의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결정을 내렸다. “상조회 소속 식당 노동자들은 사실상 한예종에 직접고용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들 노동자가 이미 일을 시작한 때부터 이미 한예종이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파견법 위반 여부는 따질 필요조차 없다는 게 노동청의 결론이다.

노동청은 한예종 직원 상조회가 근거 없이 임의로 설립됐고 재무·예산의 독립성이 약하며, 식당운영이 사실상 한예종의 조직 체계에 근거를 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이 불법적 고용행태를 남발하는 국립대 등 공공기관에게 타산지석이 되길 기대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의 이미정 조직부장은 “다른 학교들은 용역회사나 자회사 등을 이용해 간접고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한예종처럼 직원 상조회를 통한 것은 처음이다. 명백한 불법파견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예종 관계자는 “국가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해 직접고용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