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심판서 7 대 2로 결정
“제한 없애면 단기계약 거부 못해
무기계약직 전환 유도 등 긍정적”
노동계 “다행이지만…법 개선 필요”
“제한 없애면 단기계약 거부 못해
무기계약직 전환 유도 등 긍정적”
노동계 “다행이지만…법 개선 필요”
기간제 노동자를 최장 2년까지만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기간제법)의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노동계는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 조처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의미있는 판결”이라면서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간제법을 전체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는 기간제 노동자로 2년간 일하다 계약 갱신을 거절당한 최아무개씨 등 3명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헌재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는 기간제법의 애초 입법 목적을 합헌 결정의 주요 이유로 댔다.
헌재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단순노무직 등 일반 근로자들은 단기계약을 체결하자는 사용자 요구를 거부할 수 없어, 불안정 고용이 증가하고 정규직과의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며 “이런 상태를 방지해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간제법 규정대로)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제한해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헌재 다수 의견은 기간제법 때문에 개별 근로자의 일시 실업 등이 벌어지더라도 전반적인 고용불안 해소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으로 볼 수 있어 계약자유의 침해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기간제 계약기간 제한 규정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대신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 바꾸거나 아예 외주화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지만, 당장의 실업 상태를 구제하기 위해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 갱신 등 임시 조처를 허용한다면 장기적인 고용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이정미·조용호 재판관은 소수의견에서 “고용잠재력이 충분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고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하거나 통째로 외주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간제법의 입법 목적과 달리 오히려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위헌 의견을 내놨다.
노동계는 대체로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업무나 사유의 제한 없이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기간제법은 고용시장을 불안에 빠뜨리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이지만, 이번 헌재 결정이 그런 남용의 우려를 고려해 2년 제한을 둔 것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권 변호사의 지적처럼, 일의 종류 및 성격과 관계없이 무제한적으로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행 기간제법을 이참에 대폭 손봐야 한다는 지적은 노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우문숙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 국장은 “기간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기간제 노동자를 쓰는 것을 막은 결정은 의미 있어 보이나, 여전히 사용 사유의 제한 없는 기간제법은 되레 고용불안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동조합연대회의 정책위원도 “이번 결정이 마치 전체 기간제법이 타당하다는 논리로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이번 헌재 결정은 최소한의 규제장치를 확인한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 사용기간 제한만 하면 무분별하게 기간제 노동자를 쓸 수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이정국 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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