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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분 단위’로 근로계약 맺는 홈플러스
‘정규직 대우’ 피하려는 ‘꼼수’ 지적

등록 2013-11-04 19:46수정 2013-11-05 08:33

비정규직, 10~30분단위 계약 체결
8시간 일하고도 7.5시간 급여받아

노조 “연간 100억원 임금 체불”
회사 “본인이 신청하면 전부 지급”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에서 3년째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이영희(가명·34)씨가 2011년 3월 처음 마주한 근로계약서에는 하루 노동시간이 4시간도 5시간도 아닌 ‘4.5시간’으로 적혀 있었다. 담당 관리직원은 “나이도 젊으니 열심히 하면 일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50여만원을 받았다. 하루 4.5시간만큼의 급여만 나왔다.

석 달 뒤 계산대에서 고객센터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번에는 근무시간이 하루 6.5시간으로 늘었다. 월급은 그때서야 80여만원으로 올랐다. 올해 3월, 근무 2년을 채운 이씨는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되면서 점포 안 문화센터로 옮겼다. 근무시간은 하루 7.5시간으로 늘었는데, 여전히 8시간은 채워주지 않았다.

회사가 이런 식의 근로계약을 맺는 까닭은 전일제 노동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우문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 국장은 “하루 8시간을 넘기면 전일제 노동자가 된다. 이렇게 되면 회사 입장에선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각종 비용이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고용 유연화는 회사가 얻는 덤이다. 전일제 노동자의 해고는 근로기준법 등에 의해 제약이 심하지만 단시간 노동자는 해당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대량 해고를 손쉽게 할 수 있다. 우 국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같은 정책도 결국 홈플러스 같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사의 필요에 의해 근무시간을 나누다 보니 30분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지만, 실제로는 고객센터에서나 문화센터에서나 근무시간 앞뒤로 하루 30분~1시간씩 일을 더 한다. 홈플러스 노조가 지난 5~7월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시간9분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회사는 근로계약서에 쓰인 시간만큼의 급여밖에 주지 않는다.

“사람이 어떻게 7.5시간 맞춰서 일해요. 일하다 보면 실제 근무시간은 보통 하루 8시간30분에서 9시간이에요.” 사실상 하루 8시간 이상 정규직처럼 일하는 무기계약직 이씨의 현재 월급은 100만원 정도다. 이씨는 연장근로 수당을 청구하고 싶어도 “계약 해지가 무서워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노조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가 인건비를 떼먹기 위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30분 단위, 심지어 10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1만60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간 약 100억여원의 임금을 못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하루 8시간 미만으로 일하게 돼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연장근로 수당도 본인이 내부망에 입력만 하면 전부 지급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회사는 지난달 22일 강릉 지방노동위원회가 내린 홈플러스 강릉지점 해고노동자의 부당해고 판정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고 이날 밝혔다.(<한겨레> 10월28일치 12면) 노조는 “해직자 복직을 외면하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회사를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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