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m 광고탑 농성 홍종인 지회장
홍종인(41)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부 아산지회장은 충북 옥천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 근처 22m 높이의 광고탑 위에서 18일로 37일째 머물고 있다. 그의 고공농성은 이번이 두번째다. 올해 3월 유성기업 아산공장 안에 있는 높이 5m 굴다리에 매달려 있다가 건강 문제로 151일 만에 내려와야 했다. 농성을 끝낸 지 일곱달 만인 지난달 13일 다시 광고탑에 올랐다. 고공의 높이가 더 올라갔다.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는 거적으로 고공농성장 주변을 둘러싸는 ‘월동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춥습니다. 아직 눈은 안 왔지만….” 그가 말끝을 흐렸다. 같이 올라간 이정훈(48) 유성기업지부 영동지회장도 점점 힘들어지긴 마찬가지다.
홍 지회장은 창조컨설팅한테서 노조파괴 전략을 조언받아 실행한 의혹을 사는 유성기업에 대해 검찰이 대놓고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문건이 드러난 마당에 사업주는 아직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되레 지난달 회사는 불법파업과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들며 홍 지회장을 포함한 조합원 11명을 해고했다.
온 나라 이곳저곳에 눈발이 날린 이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홍 지회장의 목소리는 의외로 힘이 넘쳤다. 지난 토요일에 아들 승민(14)이가 아빠를 응원하러 왔기 때문이다. “굴다리 농성을 할 때는 승민이가 저를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아빠가 밝아 보여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하는데 더 힘을 내야지요.” 지난 주말엔 울산 현대차공장 고압철탑에서 296일 철탑농성을 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천의봉씨도 응원차 그를 찾았다.
“정부까지 나서 자본을 감싸주면 노동자는 누구를 믿으란 말입니까.” 광고탑 위 두 노동자를 춥게 만드는 것은 날씨 탓만은 아닌 듯싶었다.
이정국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