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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창조컨설팅 수사 1년 ‘감감’…사장님은 여전히 건재하다

등록 2013-11-18 20:23수정 2013-11-19 15:00

노동부·법원 ‘노조파괴’ 인정 불구
설립 취소 등 노무법인 처벌 그쳐
회사쪽 책임엔 검찰 불기소 의견
노조는 조합원 해고 등 와해 직전
“왜 이렇게 수사가 더딥니까?” 대구지검 경주지청 앞에서 1인시위 중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정연재 전 지회장이 출근하는 검사들에게 물었다. “국감이 끝나야 수사를 하지요.” 그들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정 전 지회장이 일하는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는 지난해 ‘노조탄압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제공한 노조파괴 프로그램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네 회사 가운데 하나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10월 이 회사를 비롯해 유성기업, 상신브레이크, 보쉬전장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1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나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노조탄압 중단, 사용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3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의 광고탑 고공농성에 들어간 홍종인 유성기업지부 아산지회장과 이정훈 영동지회장이 이튿날 광고탑 위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옥천/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노조탄압 중단, 사용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3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의 광고탑 고공농성에 들어간 홍종인 유성기업지부 아산지회장과 이정훈 영동지회장이 이튿날 광고탑 위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옥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조파괴 프로그램이 가동된 뒤 금속노조와는 상관없는 기업별 노조가 새로 설립됐고, 한때 조합원 620여명에 달하던 발레오만도지회는 해고자 29명과 재직자 11명이 가입한 조합원 40명의 단출한 노조로 전락했다. 지난 9월 회사는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고 지회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노조는 껍데기만 남았다. 정 전 지회장이 매일 아침 경주지청으로 향하는 이유다.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데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있는 사업주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수사가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친회사 성향의 복수노조를 세우고 기존 금속노조 소속 노조는 와해시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프로그램 문건이 공개되자, 고용노동부는 창조컨설팅과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이어 노조법 및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 창조컨설팅의 설립인가를 취소하고 심종두 대표의 노무사 등록을 취소했다. 심 대표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제시한 점 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크고 노무사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창조컨설팅과 노조파괴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난 네 회사와 관련자들은 아직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수사를 계속 미적대자 금속노조는 지난 6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과 담당검사 5명에게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아직까지 노동청에서 검찰로 사건 송치가 되지 않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3개월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함이 원칙이라고 정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 뒤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지방노동청들은 사건 수사 결과를 검찰로 송치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불기소’ 의견이었다. 창조컨설팅에 대한 행정처분과는 결론이 많이 달랐다.

노동부는 불기소 의견을 낸 이유가 검찰의 수사지휘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노동청 수사와 검찰의 수사에는 분명 시각 차이가 있다.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노동청은 정황상 증거를 통해 그 위법성을 입증하지만, 검찰은 확실한 증거를 요구한다. 수사를 맡은 한 노동청은 기소 의견을 4번이나 보냈는데, 검찰이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전부 재지휘를 했다. 수사를 맡은 각 지방노동청이 검찰로부터 비슷한 시기에 지휘를 받은 것으로 보아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 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부당노동행위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증거를 명확하게 찾아내라고 하면 기소가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열쇠를 쥔 검찰이 처벌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노동부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여전히 ‘수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유성기업과 보쉬전장 수사를 지휘하는 대전지검의 전현준 2차장검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부러 늦게 (수사)하려는 건 아니다. 고소 내용이 많다. 치밀하게 수사하려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발레오 사건을 맡고 있는 대구지검 경주지청의 천헌주 검사도 “수사중이라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수사가 늦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사건이 복잡하고 여러 청에 흩어져 있어서 시간이 좀 걸렸다.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해명했다.

노조파괴라는 ‘주먹’은 시시각각 날아오지만 ‘법’은 여전히 노동자에게 멀다. 지난해 노동부가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2011~2012년 동안 형사처벌 대상이 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74건 가운데 기소된 이는 아무도 없다. 벌금 500만원의 약식기소가 가장 강한 처벌이었다. 창조컨설팅도 내부 문건에서 “부당노동행위 등 사건은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회사 쪽을 부추긴 사실이 지난해 드러났다.

유성기업의 홍종인 지회장은 노조파괴 중단을 주장하며 지난달 13일 두번째로 철탑에 올라 18일 현재 37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상신브레이크에는 금속노조 조합원이 5명만 남았다. 보쉬전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정국 김원철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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