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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제대로 지키라

등록 2013-11-18 21:07

이영훈 민주노총 공공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
이영훈 민주노총 공공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
울림마당
지난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자기 몸에 불을 붙이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죽어간 날이다. 그로부터 43년이 지났지만 법과 규정은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과 같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세우면서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용역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1년마다 계약하는 용역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려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라’는 것과 ‘용역노동자들의 임금을 정부 규정대로 올바로 책정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전 지역 공공기관에서 이 보호지침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한손에 꼽을 정도였다.

공공기관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청소·시설관리·경비 등의 업무는 상시적이고 필수적이며, 해당 기관의 이미지나 민원인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 이들 용역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과 고용을 보장하면 민원인에게 더 좋은 서비스로 나타난다. 고용 불안,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웃으며 민원인을 대하라고 강요·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가혹한 일이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최악의 공공기관은 충남대병원이었다. 병원은 업무 특성상 야간에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청소를 해야 한다. 오후에 출근해 새벽 2시, 4시에 퇴근하기 일쑤지만 임금은 주간 근무자와 별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했더니 체불 금액이 수천만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충남대병원에서 예산을 턱없이 낮게 책정해 업체도 야간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할 돈이 없었고 심지어 손해까지 보는 상황이었다. 2013년도 충남대병원 청소노동자 한명당 월 용역비가 163만원이었다. 이웃 전남대병원은 192만원이었다. 차이가 너무 심했다.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매년 근로감독을 통해 기관에 나가서 조사를 하지만 형식적일 뿐이다. 노동부 근로감독에서는 충남대병원이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하긴 대통령도 법과 상식을 무시하고 있는 마당에 다른 공무원에게 이런 지침 등을 지키라는 것도 어불성설이긴 하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비정규직에게는 더 고달픈 계절이며, 새롭게 계약할 불안한 시기가 돌아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들은 대단하고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정부에서 정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만이라도 지켜주면 이들은 그나마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이영훈 민주노총 공공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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