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정법 시행…노동계 “처우 악화”
12살 이하 아이들을 부모 대신 돌봐주는 아이돌봄 서비스 내용에 앞으로 ‘집안일’이 추가된다. 노동계는 “수요자 입장만을 생각한 법 개정으로, 아이돌보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여성가족부는 26일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기관이 보호자와 협의해 ‘아이와 관련된 가사’ 서비스를 아이돌보미에게 추가로 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개정 아이돌봄법이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제까지는 아이돌보미에게 아이를 돌보는 일 말고 다른 집안일은 시킬 수 없었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12살 이하 어린이를 키우면서 맞벌이 등의 이유로 특정 시간에 양육하기 어려운 부모를 대신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아이돌보미를 파견받는 서비스이다.
조윤선 여성부 장관은 “개정법 시행으로 아이돌봄 서비스가 아이만 돌봐주던 데서 나아가 부모가 원할 경우 가사 서비스도 추가 제공하고, 돌봄 취약계층에 우선 지원하게 됨으로써 한 단계 더 진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서비스의 확대가 가뜩이나 취약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부모와 돌보미가 협의해 가사 서비스 업무가 이뤄진다고 해도, ‘아이와 관련된 가사’의 구분 기준이 명확치 않아 자칫 가사 도우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치매 노인 등을 돌보는 방문 요양보호사의 경우, 서비스를 받는 가정에서 요양 업무 이외의 집안일 등을 마음대로 시키는 사례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 우문숙 국장은 “철저하게 사용자만을 고려한 법 개정이다. 돌봄 노동자 입장에선 몇푼을 더 벌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사일을 추가로 하게 될 것이고, 온갖 가사 잡무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덩달아 아이 돌봄이라는 서비스 고유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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