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회원들이 28일 국회 앞에서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
노동 3권 부정 발언에 분노 확산
노동계 “직접 고용 나서라” 촉구
노동계 “직접 고용 나서라” 촉구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한겨레> 27일치 9면)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여성노동조합·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노동·여성단체들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대변인의 사과와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주장했다.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 200여명 가운데 150여명이 여성이다.
노동·여성단체들은 성명서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인 김 의원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노동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 국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더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법을 고민하는 곳이어야 한다. 새누리당과 김 의원은 당장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직접고용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 의원실을 찾아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전날에는 국회환경미화원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성명서를 내고 “노동자의 존엄을 짓밟는 김 의원은 천박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과연 대한민국 민의의 전당이라는 곳에 두 발 딛고 서 있을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강력히 성토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지난 2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 되면 노동3권 보장돼요. 툭하면 파업 들어가고 어떻게 관리하겠어요?”라고 말했다.
해명에 나선 김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회 내 또다른 시설관리 용역 근로자와의 형평성, 정년 초과, 예산 조정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직접고용 시 잦은 파업으로 인한 노무관리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노동3권을 부정하고 직접고용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마저 “이 양반들(청소용역 노동자)이 지금 비정규직이 아니에요. 아웃소싱하는 회사의 정직원이라는 말이에요”라고 발언해 또다른 논란의 불을 지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실제 일을 시키는 사업주가 직접고용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도급이나 파견을 통해 용역회사의 노동자를 공급받아 쓰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송은정 노동정책부장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조차 파악 못하고 국민들을 우롱하는 발언이다. 새누리당이 가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드러내준다”고 꼬집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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