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고발하며 목숨을 끊은 천안센터 직원 최종범 씨의 유족과 대책위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서 삼성의 책임 있는 협상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 앉은 이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그룹 본사 앞서 노숙농성 돌입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로 일하다 자살한 최종범씨의 죽음을 계기로 서비스 기사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해 구성된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3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 해결을 위해 투쟁 수위를 높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대책위는 삼성 쪽에 △최종범씨에 대한 사죄 △서비스 기사의 노동조건 개선 △협력업체 기사 직접고용 △노조 인정 및 교섭을 요구하면서 이날 오후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앞쪽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오는 7일에는 서울 도심과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앞에서 노동자 3000여명이 참여하는 삼성 규탄 노동자 대회를 열 계획이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는 “회사가 계속해서 교섭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좀 더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씨 유족과 함께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권영길·단병호·이수호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수리기사로 일하던 고 최종범씨는 지난 10월31일 “너무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삼성 쪽의 사과와 노사교섭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으나 삼성 쪽은 “협력사가 교섭 당사자”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삼성그룹 사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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