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계약때 연장수당 포함시키면
추가 인건비 부담 적어 기업 유리
상여금 깎고 성과급 늘리는 등
기업별 임단협 노사갈등 불보듯
추가 인건비 부담 적어 기업 유리
상여금 깎고 성과급 늘리는 등
기업별 임단협 노사갈등 불보듯
대법원이 18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통상임금과 관련한 큰 그림은 그려졌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일터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느냐다. 내년 봄에 전국의 일터에서 임금·단체협약 개정 붐이 일면서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싼 극심한 노사갈등도 예상된다.
그동안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맺은 노사는 단협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노동계는 대부분 사업장의 기존 단협에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빠져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은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 탓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이런 단협 내용을 개정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정작 문제는 회사 쪽이 임금체계 자체의 대폭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이에 따른 각종 추가근로수당 등의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도 급상승하니, 기본급이나 정기 상여금을 깎고 대신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성과급이나 김장보너스 등 복리후생비를 올리자고 나설 가능성이 큰 것이다. 회사로서는 휴일·연장근로수당의 추가지출을 막으면서 임금 총액은 보전해준다는 논리를 댈 수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강훈중 대변인은 “기업들이 가만 있진 않을 것이다.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도록 상여금을 차등 성과급으로 전환하고, 복리후생비 항목을 새로 만드는 꼼수들이 등장할 것이다. 2014년 임단협에서 이를 두고 큰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려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계는 소모적 소송 제기를 지금부터라도 멈추고, 성과·직무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과 임금교섭의 선진화에 상생의 자세로 적극 참여해주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또 포괄임금제 도입을 크게 확대하자고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기업 사무직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포괄임금제는 기본급은 물론 미리 정해진 액수의 초과근로수당 등을 합산한 뒤 이를 12달에 나눠 받는 계약방식이다.
하지만 포괄임금제에는 위법성 논란이 그치지 않아, 사업장별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연구용역으로 받은 ‘포괄임금제의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를 보면, “포괄임금제는 근로조건 명시 의무나 법정수당 결정 원칙과 충돌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은 임금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세세한 설명없이 뭉뚱그려서 임금을 주는 계약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김은기 정책국장은 “이번 대법 판결로 사업주들은 앞다투어 포괄임금제 도입을 시도할 것이다. 현장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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