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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무차별 총격에 사람들 피 흘리며 비명…나도 3발 총상”

등록 2014-01-15 22:28수정 2014-01-16 10:56

지난 1월3일 캄보디아 프놈펜 유혈사태 때 총에 맞아 입원한 봉제노동자 폭 소펙은 15일 “총격이 무차별적이었다. 사람들이 피 흘리며 쓰러졌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다녔다”고 전했다. 프놈펜/이재욱 기자 <A href="mailto:uk@hani.co.kr">uk@hani.co.kr</A>
지난 1월3일 캄보디아 프놈펜 유혈사태 때 총에 맞아 입원한 봉제노동자 폭 소펙은 15일 “총격이 무차별적이었다. 사람들이 피 흘리며 쓰러졌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다녔다”고 전했다. 프놈펜/이재욱 기자 uk@hani.co.kr
[‘한국 기업’ 노동자 유혈 사태] 프놈펜 현장을 가다

유혈사태 지켜본 노동자 증언
“1천여명 무장병력에 겁 났다”
약진통상 노동자 “공수부대와
연결된 쪽문 통해 시위대 연행”

“약진통상과 911 공수부대 베이스캠프는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두 곳을 연결하는 쪽문도 있다.”

15일 <한겨레> 취재진이 캄보디아 프놈펜 남서쪽 외곽에 있는 ‘프놈펜 경제특구’에서 만난 약진통상의 노동자 아티(가명)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공수부대가 2일 노동자 시위에서 체포한 시위대 중 일부를 약진통상 부지 안으로 끌고 들어와 쪽문을 통해 베이스캠프로 연행했다”고 전했다. 외신 <글로벌 포스트>는 2일 프놈펜 경제특구에 있는 약진통상 앞에 911 공수부대가 출동해 노동자들을 체포하고 무차별 구타했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선 약진통상이 공수부대를 요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티는 “공수부대의 고위직이 약진통상 창고 관리자로 오기도 했다. 이전에 파업을 할 때 공수부대원들이 둘러보고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진통상의 한국 본사 관계자는 “우리가 공수부대를 요청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아직 사실 관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튿날 프놈펜 경제특구 인근 카나디아 공단의 유혈 현장은 끔찍했다고 여러 다른 노동자들이 전했다. 이날 오후 프놈펜 도심에 있는 크메르-소비에트 친선병원에서 만난 봉제노동자 폭 소펙(23)은 다리 세 군데에 붕대를 감고 목발을 짚고 있었다. “혼돈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피 흘리며 쓰러졌다. 모두들 비명을 지르면서 ‘밀리터리 폴리스’(헌병)들을 피해 다니기 바빴다.” 3일 유혈사태 당시, 폭은 카나디아 공단 앞 벵스렝 거리 부근의 단층집 옥상에서 시위를 지켜보다 총상을 입었다.

“얼추 1000명은 넘어 보이는 무장 병력의 행렬에 겁이 나 거리로 나설 엄두도 안 났다.” 그는 갑자기 오른쪽 허벅지에 뭔가 뚫고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지가 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총알 두 발이 더 날아왔다. 차례로 왼쪽과 오른쪽 발목으로.” 군사정권이 권력을 잡고 있는 캄보디아의 헌병은 내무부 소속으로 민간인과 군인을 체포할 수 있고 시위 진압에도 나선다. 총격은 무차별적이었다. “나는 거리에 나와 있지도 않았다. 옥상에 서서 시위를 지켜보다 가끔 소리를 질렀을 뿐이다.” 폭의 병상 건너편에 있던 새런(27)도 그때 총상을 입었다. 툭툭(오토바이 택시) 기사인 새런은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었다고 했다. 같은 병실에 있던 또다른 부상자는 “생선을 사서 집에 돌아가던 임산부도 총알을 피하지 못했다. 다행히 죽진 않았다”고 전했다.

폭은 유혈사태 하루 전인 2일 거리에서 임금인상 시위에 나섰다. “퍼포먼스로 노동자 100여명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남녀가 짝을 이뤄 춤을 췄다.” 그때, 트럭 6대가 다가오더니 주변에 멈춰 섰다고 했다. 200명이 넘는 전투경찰이 빠르게 내리자마자 춤추던 노동자들을 향해 진압봉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폭은 “진압 전 경찰은 어떤 통지도 하지 않았다. 경찰들 중 상당수는 (전기충격을 주는) 전기진압봉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폭력진압에 시민과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3일 1만명이 넘는 인파가 거리를 메웠던 것이다. 경찰들은 총을 쏘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폭은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떠서 시위대들이 도망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총에 맞아 피 흘린 채 죽어 있는 사람도 봤다. 소름이 끼쳤다.”

폭은 소련이 캄보디아에 지어준 크메르-소비에트 친선병원의 10인실 낡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같은 병실에는 시민·노동자 5명이 함께 입원해 있다. 폭의 마음은 편치 않아 보였다. “다리가 이래서 다시 재봉틀의 페달을 밟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병원비가 걱정이다. 그는 ‘카우보이 가먼트’라는 중국계 의류공장에서 일해왔다. 월급은 초과근무 수당까지 포함해 110달러다. “40달러는 임대료·전기료 등 관리비, 60달러는 식비로 쓴다. 돈이 너무나 부족하다.”

실제로 프놈펜 의류봉제노동자들은 무척 곤궁했다. 약진통상의 아티를 만난 프놈펜 외곽 지역은,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일명 ‘벌집’촌이었다. 좁은 골목에 6.6㎡ 정도 크기의 방이 잇따라 붙어 있었다. 창문이 안 열려 낮에도 어둡고 뜨거운 공기가 답답했다. 방세는 월 20~25달러다. 이 좁은 방에 노동자 3명이 산다. 이곳에 사는 약진통상의 또다른 노동자 페틸(가명·30)은 한달 평균 130달러가량을 번다.

총상을 입고 일을 다시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폭이나, 업무에 복귀해 약진통상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아티나, 둘 다 파업 참여 이유는 단순 명확했다. 최저임금을 160달러로 올려달라는 요구다. 아티는 “업무 복귀 뒤에도 약진통상이 노조 지도자를 색출하려고 사찰을 벌이는가 하면, 파업하면 체포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놈펜 노동자들은 파업도, 업무 복귀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프놈펜(캄보디아)/글·사진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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