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노조간부 부당해고 판결
재판부 “노조 소멸용 징계로 보여”
재판부 “노조 소멸용 징계로 보여”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이 담긴 ‘에스(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삼성이 직접 작성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삼성은 지금껏 이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는 23일 노조 활동을 하다 해고된 조아무개(42) 삼성노조 부위원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 해고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2년 에스그룹 노사 전략’ 문건에 대해 “삼성그룹 내부 고위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계열사의 노조 설립 현황과 노조에 대한 대처 방안 등 자료가 포함돼 있다. 노조 설립 진행 사실이 문건 내용과 일치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문건은 삼성그룹에 의해 작성된 사실이 추인된다(미루어 인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 문건을 언론에 공개하자 삼성에버랜드 쪽은 “세미나를 준비하며 바람직한 조직 문화에 대해 토의하려 작성했다”고 시인했다가, 일주일 뒤 입장을 번복해 지금껏 삼성이 만든 자료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 문건은 조 부위원장 등 노조 설립을 주도한 노동자들을 ‘문제 인력’이라고 지칭하며, 이들을 징계하기 위해 사전에 근태를 정밀하게 채증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실제로 삼성에버랜드는 2011년 7월 회사 임직원 4300여명의 개인 정보를 자신의 외부 전자우편 계정으로 보낸 행위, 회사의 인사 발령 강행에 불만을 표시한 행위 등 8가지를 문제 삼아 조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가운데 6가지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조씨를 해고한 것은 비위 사실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한 조처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노조를 소멸시키기 위해 조씨를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부위원장과 같이 노조 활동을 해온 김아무개씨도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가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징계 취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삼성은 징계와 별도로 회사 임직원의 개인정보 및 매출 자료를 개인 전자우편으로 보낸 행위를 두고 조씨를 영업비밀 누설 혐의로 고소했는데, 조씨는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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