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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골프장 캐디는 근기법상 노동자 아니다, 대법 재확인

등록 2014-02-13 16:24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노동자에 해당하지만, 근로기준법(근기법)상의 노동자는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재확인됐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부당해고 등을 하지 못한다’는 근기법 제23조의 보호를 받아 사용자의 징계 처분이 제한되지만, 노조법상의 노동자로 인정되는 데 그치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나 절차적 하자가 인정될 때만 징계 무효를 주장할 수 있고 이를 입증할 책임도 노조나 노동자에게 있어 노동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노동계는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실상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3일 정아무개씨 등 경기 용인 88컨트리클럽 캐디 41명이 골프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 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하는 데 그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캐디의 주된 노무인 경기보조 서비스 용역의 상대방은 캐디피를 직접 지급하는 골프장 이용객이고, 잔디 보수 등 회사에 직접 제공하는 부수적인 일에 대해 회사 쪽이 임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며 “캐디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은 옳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1996년에도 캐디에 대해 △회사와 근로계약·고용계약 등을 체결하지 않고 △이용객으로부터 봉사료 명목의 캐디피를 받을 뿐 회사로부터는 돈을 받지 않는데다 △일을 못할 때 이에 상응하는 휴업수당 등도 없고 △캐디 업무가 골프장이 내장객들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캐디가 근기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골프장이 근무내용 등에 대해 캐디들을 지휘·감독하는 등 인적 및 업무 종속성을 인정할 수 있고, 그동안 양쪽이 단체협약 등을 거쳐온 점으로 미뤄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정씨에 대한 제명 처분은 소명기회를 주지 않은 등 절차적 정당성이 없고, 나머지 캐디들에 대한 출장유보 처분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해 각각 무효지만, 장기간 출장거부를 한 노조간부 3명은 노조의 활동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는 점에서 제명처분이 부당노동행위라고 볼 수 없어 유효하다”는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88컨트리클럽은 2008년 팀장과 마찰을 빚었다는 이유로 정씨를 제명하고, 11월에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 등을 벌인 캐디 52명에게 무기한 출장유보 처분을 내렸으며, 2009년 1월에는 정씨 해고에 항의해 장기간 출장거부를 한 노조간부 3명을 제명했다.

노동계는 이번 대법 판결이 노동자성을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어서 향후 캐디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학습지교사, 퀵서비스 배달원, 레미콘 운송기사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에는 최대 250여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노동계는 파악하고 있다.

대법이 부정한 근기법상의 노동자는 사용주와 계약관계를 통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임금을 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바탕에 근로계약이 깔려 있기 때문에 양쪽의 책임이 뒤따르고, 그만큼 노동조건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해고의 경우도 법에 따른 절차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노조법은 주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한 법이어서 노동자의 노동환경 등을 규정하지 않는다. 단체를 조직하고 교섭하는 내용만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 노동관계법에서 말하는 노동자는 근기법 상의 노동자라서 사실상 노조를 조직하고 교섭하는 것 외에는 실익이 없다. 예를 들면 산업재해 인정 및 보상 같은 경우도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만 적용을 받는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일부 직종에 대해 예외적으로 허락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송은정 정책부장은 “골프장 캐디의 경우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함에도 법원이 그 범위를 협소하게 판단했다. 노동자성을 주장해온 다른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이정국 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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