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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헌법 어긋난 무노조가 경영방침일 수 있나”

등록 2014-03-03 19:31수정 2014-03-04 10:04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이종란 노무사가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다시, 삼성을 묻는다-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 토론회의 마지막 종합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이종란 노무사가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다시, 삼성을 묻는다-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 토론회의 마지막 종합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다시, 삼성을 묻는다’ 종합토론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대안을 짚어보는 ‘다시, 삼성을 묻는다 -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 종합토론이 최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렸다. 이번 종합토론은 지난해 12월13일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격주 간격으로 6차례 열린 ‘삼성 토론회’을 총정리하는 성격이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이병천 강원대 교수,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곽정수 한겨레신문 경제부 선임기자, 박원석 정의당 의원, 이종란 노무사가 참여했다. 6차례에 걸쳐 열린 ‘다시, 삼성을 묻는다’ 토론회 내용은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종합토론은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삼성과 부딪혀 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이종란 노무사와 곽정수 <한겨레> 경제부 선임기자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백혈병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삼성과 7년째 싸우고 있는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은 아주 단단한 벽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7년 전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백혈병 피해자가 6명이나 되는데 왜 이게 직업병이 아니냐고 항의하며 시작된 싸움이 언론에 알려질 때마다 거짓말처럼 피해자들이 잇따라 제보를 해왔다”며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암이나 백혈병에 걸렸다고 제보한 노동자가 180~190여명이고, 이 가운데 70여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급속도로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제2대 수출 상품인 반도체와 휴대폰 산업을 통해서였다”며 “단시간에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노동자들은 안전장치를 풀고 엄청난 노동 강도 속에서 일했다”고 강조했다.

이 노무사는 삼성 노동자 백혈병 문제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과 관련해 “상영관 문제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심지어 영화관 쪽에서 예약했던 사람들을 취소시키고 다른 영화를 보여준 일도 있었다”며 “개봉 전 영화 <변호인>과 맞먹는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 가능성이 높았던 영화인데 극장주들이 알아서 왜 수입을 포기하는지 의심을 충분히 살 만하다”고 주장했다. 삼성 등 대기업을 주로 취재해 온 곽정수 선임기자는 “거대 자본 삼성은 국가 경제보다 총수의 이익에 복무하고 탈법과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시장 경제 질서를 깨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도 위협하는 것이 ‘삼성공화국’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다. 곽 선임기자는 또 “삼성이 재계 1위이고 워낙 나머지 기업과의 격차가 크다 보니 삼성이 마치 재계의 스탠더드가 됐다”며 “다른 재벌들은 ‘삼성도 하는데 우리가 뭐가 문제냐’는 식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삼성 토론회를 기획하고 준비해 온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삼성을 ‘이익 독식 비용 사회화’란 표현으로 함축했다. 그는 “이익을 삼성이 독식하고 그 비용은 사회가 짊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삼성이 이익을 독식하면서도 삼성그룹 구성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총수 일가의 배만 채운다. 또 삼성전자가 돈을 벌면 한국에 고용 창출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의 공장 굴뚝이 더 올라간다”고 꼬집었다.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이 지배권을 둘러싸고 형제들과 소유권 분쟁을 하는 것을 보며 굉장히 야만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야만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 안에 뭔가 작동되어진 권력 집단이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영화 속 실제 주인공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삼성전자에 노동조합만 있었더라도 내 딸은 그렇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특히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말하는데, 노동기본권은 헌법이 보장한다. 헌법 정신을 위배하고 실정법을 위반하는 게 어떻게 경영 방침이 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건희 회장보다 더 친노조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정몽구 회장은 현실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법을 최소한 실천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삼성이 노사 관계를 푸는 방식을 보면 마치 80년 전 일제시대 양조장 할 때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세계 15위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한 기업에 의해 좌우될 만큼 혹은 장악될 만큼 대단히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삼성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괴물이 됐다”고 규정했다.

박 의원은 삼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7년간 백혈병 노동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삼성과 맞서온 ‘반올림’을 예로 들며 “괴물이 돼버린 이 거대한 정치사회적 권력, 경제 권력과의 싸움에서 둔탁하면 안 되고 훨씬 더 예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은 피해자와 구체적인 문제로 연대하고, 구체적인 주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삼성공화국’ 문제를 돌파하고 삼성의 변화를 강제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사회적으로 많은 파열음을 내고 있는데, 이런 파열음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좀더 근복적인 개혁의 측면에서 이 문제를 축적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삼성의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으로 확산해 간다면 삼성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저변에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종합토론에 앞서 열린 6차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엄은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AMRC)’에서 발간한 책을 보면,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4명이 숨졌다”고 주장한 데 대해 삼성전자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브카시 지역에는 반도체 사업장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곳에서 사망한 직원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전자공시를 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인도네이사 브카시 지역에 1991년 8월부터 22년 동안 공장을 운영해 왔고, 삼성전자 스스로 이 공장의 주요 사업 내용을 ‘전자제품 생산’으로 기재했다. 또 사망자 4명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기록이 있다. 삼성의 주요 산업이 위치하고 있는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 등의 노동 운동가와 진보적 학자들이 저술해 ‘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가 지난해 출판한 보고서에는 “삼성전자는 위험 물질의 침투를 막는 특수 보호장비를 제공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유해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며 “이 공정의 노동자들은 현기증과 메스꺼움, 안구 통증 등을 호소해 왔는데, 2010년과 2012년 사이 폐질환으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나와 있다. 또 “2011년에는 콘테이너 충돌 사고로 한 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한편 이번 토론회 주관 단체인 삼성노동인권지킴이와 공동주최자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등은 삼성 쪽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이번 종합토론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 쪽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김동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cano@hani.co.kr

‘가족’이라 부르지 못한 <또 하나의 약속> [잉여싸롱#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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