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전국 48개 센터 조사
안전교육 미흡…재해 은폐 317건
대표이사·협력사 대표 고발키로
안전교육 미흡…재해 은폐 317건
대표이사·협력사 대표 고발키로
“휴대폰을 수리할 때 납땜이나 세척제를 많이 쓰는데 작업장에 환기시설 하나 없다. 다들 기관지가 안 좋다. 입사한 지 8년째인데 산업안전보건법이 뭔지 들어본 적도 없다.”
“고층 아파트 등에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할 때도 넥타이 차림에 구두를 신고 일한다. 보호해줄 안전장치 하나 없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때가 많다. 회사에선 조회시간 때 ‘조심하라’고 하는 게 전부다.”
전국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25일 서울 정동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두 달 동안 전국 48개 삼성전자서비스센터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해보니 최근 3년간 21만여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주장을 보면,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 쪽이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직원한테 매달 2시간씩 해야 하는 관련 교육을 지금껏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8개 서비스센터 소속 직원 4378명이 3년(처벌을 하도록 한 관련 법 공소시효) 동안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모두 15만7000건에 이른다.
일하다 다쳤는데 산업재해 처리를 하지 않은 은폐 의혹 건수는 317건이다. 안전보호구 미지급(1만7500여건) 및 각종 재해방지 조처 미비를 더하면 전체 위반 의혹 건수가 21만여건에 이른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관련 법은 안전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면 해당 사업주를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사용주인 각 협력사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여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협력을 다하겠다. 이미 1월 초 법 개정 내용을 경영에 참고할 수 있도록 안내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의 실제 사용자라고 보는 노조 쪽은 조만간 박성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와 협력사 대표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 지방 노동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사 노동자 486명은 지난해 7월 삼성전자서비스가 실제 사용자임을 확인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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