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 분회의 철야농성 100일째인 8일 아침 서울 동작구 상도동 중앙하이츠빌 들머리에서 조합원들이 최동열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 회장한테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기륭전자 노조원들 끝나지 않는 고통
“벌써 철야농성 100일입니다. 꼭 만나뵙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답변이라도 해주세요.”
8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중앙하이츠빌 101동 앞. 유흥희(44) 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 분회장은 오늘도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의 휴대전화는 계속 꺼져 있다. “곰이 사람이 되는 데도 100일밖에 안 걸렸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유 분회장은 굳게 닫힌 101동 현관 앞에서 들어주는 이 없는 말을 쏟아냈다. 최 회장의 집은 이 아파트 12층으로 알려져 있다. 멀리 중앙하이츠빌 정문에서 마이크를 들고 최 회장의 행태를 규탄하는 윤종희(44) 조합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륭전자분회 조합원은 지난해 12월30일 이후 매일 아침 8시 회사가 아닌 이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같은 날 회사에서 시작한 철야농성도 벌써 100일째다. 5년2개월5일(1895일)의 투쟁 끝에 2010년 11월1일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중 최초로 정규직 직접 고용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2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3년 5월2일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10명은 회사로 돌아왔다. 그러나 복직 이후에도 일거리와 월급을 주지 않던 회사는 지난해 12월30일 ‘도둑 이사’를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새 주소로 찾아가봤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회사는 2월19일 상장 폐지됐고, 3월17일에는 12억8851만원의 자본금을 6442만원으로 줄이는 감자 결정을 공시했다. 회사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지난해 9월 이후 최 회장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새 회사에도 없으니 우리가 찾아갈 곳이 여기뿐이네요.” 아직 찬 바람이 부는 아침, 겨울 장갑을 끼고 손팻말을 든 윤종희씨가 말했다.
작년 12월 기륭전자 ‘도망이사’ 뒤
노조원 10명, 100일째 철야농성 1895일 투쟁으로 얻은 ‘정규직 복직’
2월 상장폐지로 사실상 갈 곳 없어져 “최 회장 사회적 합의 ‘무시’ 용인땐
제2 기륭 생겨…끝까지 책임 물어야” 1895일에서 멈춘 투쟁을 다시 시작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10명의 조합원은 가시밭길을 다시 걷기로 했다. 1895일이 억울했다. 유흥희 분회장은 “단식, 고공농성, 주거래사인 미국 시리우스 원정투쟁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어렵게 합의한 거잖아요. 그 합의가 이제 와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게 돼버리면 어쩌나요? 우리는 더는 갈 곳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투쟁과 합의는 모든 비정규직, 장기투쟁 노동자들의 싸움이자 희망이었다. 회사가 사실상 문을 닫아 갈 곳이 없게 됐어도 최 회장에게 합의에 따른 책임을 계속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소연(44) 조합원은 “최 회장의 ‘먹튀’를 용인하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기륭이 만들어질 겁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에 국회까지 나서 얻어낸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에 대해 금융감독원도 조사해야 하고요”라고 말했다. 조합원 10명은 애초 기륭전자와 도급 계약을 맺은 휴먼닷컴·워커스스테이션 직원이었다. 원청 관리자가 하청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는 도급 계약임에도, 기륭전자 직원들은 하청업체 직원한테 업무를 지시했다. ‘불법파견’이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내걸고 1895일의 싸움 끝에 얻어낸 합의는 비정규직, 장기투쟁 노동자들한테 의미 있는 승리였다. 그 무게를 알기에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이날도 ‘100일 집회’를 여는 대신 한솔씨에스엔(CSN)·한남운수·코오롱 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해 어깨를 맞댄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노조원 10명, 100일째 철야농성 1895일 투쟁으로 얻은 ‘정규직 복직’
2월 상장폐지로 사실상 갈 곳 없어져 “최 회장 사회적 합의 ‘무시’ 용인땐
제2 기륭 생겨…끝까지 책임 물어야” 1895일에서 멈춘 투쟁을 다시 시작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10명의 조합원은 가시밭길을 다시 걷기로 했다. 1895일이 억울했다. 유흥희 분회장은 “단식, 고공농성, 주거래사인 미국 시리우스 원정투쟁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어렵게 합의한 거잖아요. 그 합의가 이제 와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게 돼버리면 어쩌나요? 우리는 더는 갈 곳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투쟁과 합의는 모든 비정규직, 장기투쟁 노동자들의 싸움이자 희망이었다. 회사가 사실상 문을 닫아 갈 곳이 없게 됐어도 최 회장에게 합의에 따른 책임을 계속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소연(44) 조합원은 “최 회장의 ‘먹튀’를 용인하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기륭이 만들어질 겁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에 국회까지 나서 얻어낸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에 대해 금융감독원도 조사해야 하고요”라고 말했다. 조합원 10명은 애초 기륭전자와 도급 계약을 맺은 휴먼닷컴·워커스스테이션 직원이었다. 원청 관리자가 하청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는 도급 계약임에도, 기륭전자 직원들은 하청업체 직원한테 업무를 지시했다. ‘불법파견’이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내걸고 1895일의 싸움 끝에 얻어낸 합의는 비정규직, 장기투쟁 노동자들한테 의미 있는 승리였다. 그 무게를 알기에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이날도 ‘100일 집회’를 여는 대신 한솔씨에스엔(CSN)·한남운수·코오롱 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해 어깨를 맞댄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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