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서울차량지부 유치상 조합원이 9일 새벽 5시부터 ‘강제 전출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은평구 수색역에 있는 45m 철탑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 철도노조 제공
이영익 전 위원장 등 2명 수색역 45m 철탑에서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 대한 탄압” 비판
노조 간부 80여명은 서울역에서 단식 농성 시작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에 대한 탄압” 비판
노조 간부 80여명은 서울역에서 단식 농성 시작
코레일 직원 726명에 대한 ‘순환 전보’가 10일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이에 반발해 철탑농성에 들어갔다.
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강제전출 대상자가 된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유치상 조합원은 9일 새벽 5시께 ‘강제 전출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은평구 수색역에 있는 45m 철탑에 올랐다. 서울차량사업소에서 경기도 문산전동차사무소로 전출된 유치상 조합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1987년부터 일을 시작해 27년간 이곳에서 새마을호, 무궁화호만 정비했는데 갑자기 지하철 등 전혀 다른 차량을 정비하라고 해서 참담하다. 그동안 기술자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뜬금없는 인사 발령 조치에 비참한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영익 전 위원장도 “서울차량사업소에 250여명이 있는데 비희망자 15명이 강제로 전출됐다. 대부분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고 파업에도 참여한 사람들이라 노조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현장 간부 80여명도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코레일은 지난 7일 ‘순환전보 및 정기 인사교류’를 단행했다. 대상은 현장 3급 이하 2만1016명의 직원 중 726명(3.45%)이며, 다른 직렬로의 순환 전보는 배제됐다. 코레일 쪽은 “4차례의 노사간담회를 거친 끝에 오랫동안 인사교류가 없던 직렬은 최소 인원만 시행하는 등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지만, 철도노조 쪽은 “마치 노동조합과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호도했다”며 부정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수서발 고속철도(KTX) 자회사 설립을 철도 민영화의 신호탄으로 보고 지난해 12월9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여야 정치인들의 중재로 국회 국토위에 철도소위원회를 만드는 등의 합의를 끌어내 23일 만에 끝났지만 코레일은 노조 간부 130명을 해고하고 404명을 중징계했으며, 16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철도소위 내에서의 논의도 진전이 없는 가운데 코레일이 ‘순환전보’ 시행 방안을 발표하자, 철도노조 쪽에서는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강제 전출’이라며 재파업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사진 전국철도노동조합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