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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주노동자 바뀐 퇴직금 제도 ‘분통’

등록 2014-04-13 20:32수정 2014-04-14 08:44

한국에서도 받기 힘든데 고국가서 받으라니…

‘귀국후 14일이내 지급’ 조항 생겨
수당 별도 청구 복잡…피해 우려
국내 노동자와 차별·재산권 침해
경상남도 창원시에 사는 베트남 노동자 반톤(26)씨는 지난 10일 베트남공동체 페이스북 페이지에 손으로 쓴 성명서를 올렸다. ‘7월이 되면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이 퇴직금(출국만기보험)을 귀국하면 자기 나라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퇴직금 못 받는 사람이 많은데 귀국하고 나면 어떻게 받을 수 있겠습니까?’

반톤씨가 이런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는 최근에 법이 개정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국회는 2003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을 만들어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퇴직금을 대신한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31일 국회를 통과한 고용허가법 개정안은 출국만기보험금을 ‘출국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받을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불법체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었다. 지금까지는 퇴직 뒤 3일 안에 받을 수 있던 보험금을 개정된 법이 시행될 7월29일부터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야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간에 회사를 바꿔도 마찬가지다.

퇴직금을 온전히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에 외국인 노동자 관련 단체들이 술렁이고 있다. 반톤씨는 “한국에 머물러도 퇴직금을 못 받는 사람이 많은데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더 힘들어질 것이다. 정책을 만들 때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펴달라”고 말했다. 특히 출국만기보험금은 기본급만 반영돼 연장·야간수당 등이 빠져 있다 보니 고국에 돌아가서 실제 퇴직금과 보험금의 차액을 청구하기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퇴직 뒤 고국에 돌아가기 전까지의 체류기간에 퇴직금과 보험금의 차액을 요청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정영섭 사무국장은 “지금도 출국만기보험 가입 여부는 물론 실제 퇴직금과 차액 청구 방법을 모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그런데 고국에 돌아가야 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이들의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출국만기보험의 운영상 문제점은 이미 여러차례 지적돼왔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가 2011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출국만기보험 가입 여부를 모르는 사람이 36%, 가입을 안 했다는 사람이 11%였다. 지난해 9월 고용부가 밝힌 출국만기보험 미청구금도 175억원에 이른다. 홍희덕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2010년 8월에 발표한 ‘2008~2010년 출국만기보험료 체납 현황’을 보면 전체 보험금의 12%에 달하는 237억원이 미납됐다.

전문가들은 ‘불법체류에 대한 우려’만으로 퇴직금 지급을 늦추는 법률 개정안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퇴직금은 일을 그만둘 때 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재산권 중 하나이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다른 조건을 두는 건 국내 노동자와 차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심사보고서도 ‘근로기준법과 달리 수급권을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 취지인) 불법체류 감소에 기여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외국인 노동자 단체들은 조만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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