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반 사이 노동자 6명 사망…“정몽준 의원 사과하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막내아들 예선씨의 페이스북 글 논란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현대중공업 노조 등 국회에서 기자회견 열어
“하청 노동자 죽음에 일언반구도 없어” 비판
“조선소 특별 감독 실시해야” 고용부에 촉구

한 달 반 사이 현대중공업 계열 공장에서 다섯 번의 사고가 벌어져 작업 중이던 6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졌다. 이에 노동계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처벌, 특별감독과 함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 선언하며 복지와 안전, 여가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혔는데 하청 노동자 죽음에 일언반구도 없다. 하청 노동자가 미개인으로 보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신동준 부위원장은 “정몽준 의원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소에 대해 특별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오후 울산광역시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5도크에서 건조하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에 불이 나 하청업체 노동자 김아무개(40)씨와 이아무개(38)씨가 숨졌다. 앞서 지난달 7일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오아무개(41)씨가 작업 도중 2t 무게의 대형 철판에 깔려 숨졌고, 열사흘 뒤인 같은 달 20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박아무개(41)씨가 12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다시 닷새 뒤인 25일 울산 현대중공업 김아무개(52)씨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지난 7일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정아무개(65)씨가 8.6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올해 들어서만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진 원인으로 노조는 원청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맡기고, 하청업체는 작업 일정에 쫓겨 안전보다는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아들의 세월호 실종자 가족 비하 발언에 이어 현대중공업 사망 사고까지 잇단 악재를 겪고 있다. 지난 18일 정 의원의 아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에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에 물세례ㅋㅋㅋ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고 적었다. 전날인 17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한테 항의한 실종자 가족을 빗댄 발언으로 해석돼 논란을 빚었다. 이에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간 지 1시간30여분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제 막내아들의 철없은 행동에 아버지로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민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