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수신호 하다가 바다에 추락
안벽에 안전장치 없어 발 헛디뎌
현대중서 4명째…·계열사 포함 8명
안벽에 안전장치 없어 발 헛디뎌
현대중서 4명째…·계열사 포함 8명
울산광역시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가 28일 저녁 작업을 하다 바다에 빠져 숨졌다. 지난달부터 현대중공업과 계열 공장에서 노동자가 숨진 것은 이번이 8명째다.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감독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울산해양경찰서와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저녁 8시49분께 현대중공업 안 부두 도로에서 트랜스포터 차량의 신호수로 일하던 김아무개(38)씨가 바다에 빠졌다. 해경과 119구조대는 밤 10시10분께 김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저녁 8시께 교대해 근무를 시작한 김씨는 300t의 선박 블록을 옮기는 트랜스포터 차량의 신호수 역할을 하며 뒷걸음치다가 바다로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덕규 현대중공업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배의 크기가 제각각이라 배를 정비하기 위해 도로를 연결해 놓은 안벽에는 안전장치가 없다. 동료가 김씨가 빠지는 것을 보고 구명보트나 로프를 찾으러 다녀온 사이 김씨가 물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해경은 김씨가 비가 내리는 밤에 작업을 하다 발을 헛디뎌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계열 공장에서는 지난달부터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배의 녹을 제거하는 샌딩 작업을 하던 정아무개(44)씨가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사고사를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 쪽은 자살에 무게를 두고 원인을 수사중이다. 21일에는 역시 같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하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에서 불이 나 두 명이 숨졌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울산 현대미포조선, 전남 현대삼호중공업까지 포함하면 8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윤종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부실한 원청의 안전관리와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는 고용노동부 때문에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경 박임근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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