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센터 협력사 직원들 분노
신현우(36·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씨는 11일부터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앞에서 나흘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진행한 교섭이 결렬되자 8일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신씨는 올해만 10번째 파업에 참가했다. 그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총과의 교섭에 기대를 많이 했어요. 아내한테 조금만 견디면 잘될 거라고 계속 말했는데…. 교섭 결렬 소식을 듣고 화가 많이 났지만 포기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신씨의 싸움은 노조의 투쟁과 궤를 같이했다. 지난해 7월 냉장고·에어컨 등을 수리하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들이 만든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했다. 출범 전 그는 노조 네이버밴드에 본사 직원이 보낸 연장근무 지시 문자와 함께 ‘위장도급 아닌가요?’라는 글을 올렸는데, 협력사에서 이를 문제삼자 노조에 가입했다. 지난해 7월 노조가 서울중앙지법에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을 때도 신씨는 원고로 참여했다. 근로 계약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와 맺고 있지만 업무지시는 물론 채용·인사·교육·평가·임금 지급 과정에서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실질적인 사용자 구실을 하고 있다고 봐서다. 신씨는 “월급만 협력사 사장이 주고 나머지는 본사가 모두 좌지우지해요. 대기업이니까 법대로 하려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위장도급인 거죠”라고 말했다.
노조를 만든 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자 지난해 8월부터 협력사의 위임을 받은 경총이 교섭 상대로 나섰다. 경총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고 결국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했다. 이마저 결렬되자 노조는 지난 1월 첫 파업에 들어갔다. 다시 경총과 지난달 7~25일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핵심 쟁점인 건당 수수료 폐지와 월급제 도입, 노조활동 보장, 폐업 센터 문제 해결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또 결렬됐다. 노조는 “경총이 원청이나 협력사에서 권한을 제대로 위임받지 못한 채 시간만 끌었다. 이제 각 센터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와야 한다”며 8일부터 본사 농성을 시작했다. 19일과 28~30일에는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서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는 고정된 월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이 때문에 일이 몰리는 성수기(6~8월)와 비수기(9월~이듬해 5월)의 월급 차이가 크다. 대기 시간은 아예 급여 산정에서 제외된다. 신씨는 “비수기엔 평균 월급이 130만원으로 기름값을 빼면 생활이 어려워 대출을 받아 버텨요. 성수기 3개월간 받는 월급 300만~400만원으로 1년을 사는 셈이죠”라고 말했다. 신씨는 “제가 바라는 건 근무시간 잘 지켜서 밤이나 주말에 애들과 놀아줄 수 있고, 계절에 관계없이 안정된 임금을 받아 아이들 유치원비를 제때 낼 수 있는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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