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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콜텍악기 7년간의 복직 싸움…끝내 기적 없었다

등록 2014-06-12 19:58수정 2014-06-13 09:59

2007년 7월 해고된 기타 제조업체 ‘콜텍’ 노동자 장석천(가운데)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상고 기각 결정을 들은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7년 7월 해고된 기타 제조업체 ‘콜텍’ 노동자 장석천(가운데)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상고 기각 결정을 들은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법원, 해고 무효 상고 기각
‘다가올 경영위기’ 사유 인정한 셈
노조 지회장 “정리해고 문연 날”
“절망 않겠다” 또다른 싸움 예고
“2014다12843호 해고무효확인 상고를 기각한다.” “아….”

2689일의 정리해고 싸움은 10초도 안 돼 끝났다. 12일 오전 10시16분께 대법원 민사1부(주심 고영한)가 판결을 내리자 전국금속노동조합 콜텍지회 조합원 임재춘(51)씨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새 나왔다. 정문으로 걸어나오는 동안 임씨는 아무 말이 없었다. “기각이야?”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이인근(48) 지회장이 임씨 일행에게 물었다. 카카오톡으로 이미 패소 소식을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미련 탓에 던진 질문이다. ‘마지막날’을 앞두고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한 이 지회장은 차마 대법원 판결을 직접 볼 수 없다며 재판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동안 그의 곁을 지켜온 이들이 대신 눈물을 훔쳤다.

통기타를 만드는 회사 콜텍은 2007년 7월10일 ‘경영상의 이유’를 내세워 대전공장 문을 닫으며 노동자 40여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콜텍 노동자들은 이후 7년 동안 집회, 고공농성, 단식, 미국·일본 원정 투쟁, 음악회 등 갖은 방법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알렸다. 한편으론 법원에 해고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한때 복직의 꿈에 달뜨기도 했다. 2009년 11월 서울고법(재판장 문용선)은 회사가 흑자를 내던 상황이어서 ‘해고는 무효’라며 서울남부지법(재판장 최승욱)의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희망은 2012년 2월 대법원(주심 안대희)이 ‘장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위기’도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원심을 파기해 사라졌다. 지난 1월10일 서울고법(재판장 정종관)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이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이인근 지회장은 ‘기적’을 바라며 지난달 19일부터 대법원 앞에서 24시간 1인시위를 벌여왔다. 해고 이후 경제적으로 어렵고 지친 가족도 떠나갔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배신감’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해고시킬 회사를 위해 그동안 열심히 일했나 하는 허탈감이 컸어요. 포기하면 회사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건데 회사에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요구를 무시했고 중재에 나설 곳도 없는 상황에서 법원은 그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이었다. 6년의 기다림이 무색하게 법원은 끝내 그들을 외면했다. “조희대,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 판결 뒤 열린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함께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의 이름을 외친 이 지회장은 “오늘을 정리해고의 문을 활짝 열어준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몸 버리고 일했는데 이제 와서 나가라니 웬 말이냐.” 내내 굳은 얼굴이던 그가 가수 연영석씨가 부르는 위로 곡을 따라 부르며 웃었다.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지기 싫습니다.” 정리해고 법정 소송은 이날로 끝났다. 하지만 이인근 지회장은 아직 지지 않았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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