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9일 이마트 성수점에서 직원이 엠유 집기째로 채소를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홈플러스 이어 대형마트 확산 분위기
맞고 욕설들어도 참다 ‘마음에 병’
사쪽에 수당·대응책 마련 요구
고객 대응 및 직원보호책 마련도
맞고 욕설들어도 참다 ‘마음에 병’
사쪽에 수당·대응책 마련 요구
고객 대응 및 직원보호책 마련도
이마트 노동조합이 판매직 사원들의 ‘감정노동’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1월 단체협약을 통해 사원들의 감정노동을 수용하며, 소비자들의 폭언·폭행 등에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한 바 있다. 유통·서비스업종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역시 ‘노동’으로 인정받으려는 움직임이 대형마트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마트 노조는 최근 단체협약 ‘5대 의제’를 통해 매장 근무자들의 감정노동을 인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회사 쪽에 요구했다. 노조는 판매직 사원들이 일부 소비자들의 폭언과 폭행, 인격 모독 등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으며, 이에 따라 ‘감정노동 가치 인정 및 고객 응대 매뉴얼 작성’을 단체협약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월 6만원 추가 수당 도입도 요구했다. 또 소비자들의 민원을 받아야 하는 매장 고객센터에 폭언·폭행 예방을 위한 경고 포스터 설치 등도 요구하기로 했다.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은 18일 “직원에 대한 폭행 등이 일어났을 경우에 대비한 응대 요령도 회사가 나서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40대 이상 여성인 대형마트 직원들은 ‘격한’ 감정노동에도 불구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감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형마트 직원 이미선(가명·50)씨는 “30대 여성 고객이 가격표를 잘못 보고 물건을 골라 와서는 ‘왜 이렇게 비싸게 파느냐’고 항의를 하더니 ‘인상도 나쁘게 생겼다. 생긴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재수까지 없다’며 1시간 동안 욕설을 퍼붓고 소리를 지르다가 가버린 일도 있었다”고 했다. 먹고 남은 수박 조각을 들고 와서는 “당도가 떨어지니 교환해 달라”며 욕설을 하거나, 아이를 데려온 부모가 직원 앞에서 “공부 안 하면 이런 데서 일하게 된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이런 감정노동을 견디다 못해 직장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근무한 임인순(가명·48)씨는 “계산을 하지 않은 물건을 들고 나오는 고객에게 영수증을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가 심한 폭언을 듣고 모욕감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달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이에 감정노동을 단체협약을 통해 인정하고, 보상 수단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노사는 조합원의 감정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는 조항을 올해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직원 폭행 등 피해가 생겼을 때 소비자와의 ‘2차 대면’을 막고, 유급 휴식시간을 주는 데도 합의했다. 홈플러스 노조 김국현 선전국장은 “감정노동의 특수성과 감정노동의 가치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루이뷔통과 화장품업체 로레알·엘카코리아 등은 백화점 매장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인정해 따로 수당을 주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 쪽도 감정노동 인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부 업종에서 단체협약을 통해 감정노동을 인정하고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부분 실태조사 정도에 그치거나 노사 간에 논의는 했더라도 제도화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노사가 서로 합의해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한 뒤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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