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전교조 “교원 노동기본권 부정 나쁜 선례…항소할 것”

등록 2014-06-19 17:17수정 2014-06-20 15:46

김정훈(가운데) 전교조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아흐레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정훈(가운데) 전교조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아흐레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새정치연합도 “시대적 가치 후퇴시킨 정치적 판결” 비판
“법외노조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25년 동안 지켜온 참교육 활동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전개해 나가겠다.”

19일 전국교육노동조합(전교조)이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1시30분께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판결에 따라 1999년 7월 교원노조법 통과로 법내 노조 지위를 얻은 전교조는 다시 그 이전 법외 노조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판결 직후 성명서에서 전교조는 “사법부의 결정은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해직된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했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송두리째 부정했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와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전교조는 “13명의 진보교육감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흔들어 놓은 공교육의 뿌리를 다시 바로 세우고, 고교 무상교육,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공교육 정상화 공약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감시와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부당하게 해직된 교사들과 끝까지 함께 갈 뜻을 밝혔다.

이날 야권에서도 전교조에 대한 지지성명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후 2시 브리핑에서 “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를 되찾기 위한 대장정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시대적 가치를 후퇴시킨 부끄러운 정치적 판결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 정진후 정의당 의원도 “이번 판결은 국제사회를 비롯한 사회각계의 요구를 묵살하는 비상식적인 처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유례없이 두 차례에 걸쳐 전교조의 설립 취소에 대해 긴급 개입을 선언했다. 교육부는 항소심 등 최종결정이 날 때까지 섣부른 행동은 자제하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도 “오늘은 대한민국의 노동기본권과 인권이 땅에 떨어졌음을 공표한 날”이라며 마찬가지로 국제노동기구의 긴급개입조치를 언급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전교조는 해직교사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규약을 만들어 현행 교원노조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를 했다.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누리집에서는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대해 찬반 양측이 설전을 벌였다. 전교조 교사 명단을 발표하며 물의를 빚었던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항상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전교조 교육감 13명 탄생하자 마자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 곧 전교조가 자금난에 처할 듯’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대부분 누리꾼들은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안타깝다는 반응이었다. 포털사이트에서 한동안 판결을 내린 반정우 판사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노동자의 ‘지위’를 상실한 사람의 노조활동을 막는 것이 교육의 미래와 독립성을 지향하는 활동보다 공익성이 더 크다는 법원의 판결은 아무리 되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mao21C), ‘그들은 전교조가 싫은 게 아니라 무서운 거다. 아이들을 바르게 민주적 인간으로 키워내는 꼬투리 잡기 힘든 바른 교육자이기 때문이다’(@arco_kwon)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전교조 입장 전문> 

25년 참교육의 길,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오늘 사법부 판결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대표적 노동탄압 판례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법원이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상식과 합리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법원은 행정부의 부당한 권력 남용을 막지 못했다.

 

오늘 법원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에 의해 부당하게 해직된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했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송두리째 부정했다. 나아가 행정권력에 밉보인 노동조합은 언제든 법 밖으로 내쫒길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오늘 법원은 행정권력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조합은 얼마든지 탄압하고 없애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으며, 교사들에게는 탐욕스런 사학권력과 교육 기득권세력에 맞서지 말고 침묵하라고 요구했다.

 

오늘 법원은 지난 십여 년 동안 국민이 피땀으로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렸으며, 사법부 스스로 행정부의 시녀임을 고백했다.

 

우리 전교조는 즉각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와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교원노조법에 해고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독소조항이 있는 한, 법원의 판단에만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교원노조법 개정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국회는 초기업노조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98 노사정합의와 ’04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망각하고 입법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ILO의 권고를 받아들여 해고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교원노조법 개정에 즉각 나서라.

 

우리 전교조는 법외노조화에 따른 활동의 위축을 우려하지 않는다. 이미 6만 조합원들이 9명의 해직 조합원과 함께 가시밭길을 가겠다고 결의했고, CMS 방식의 조합비 납부체제를 확보해 안정적 재정운영을 확보했다.

우리가 진심으로 우려하는 것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됨으로써 오랜 세월 정성들여 쌓아 올린 학교혁신, 사학비리 근절, 권위적 학교문화 개혁, 사학비리 근절, 교육부조리 없애기, 균등한 교육기회 확대,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 등 공교육 혁신을 위한 소중한 성과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학교구성원들에게 또 다시 침묵과 굴종을 강요하는 반교육적 작폐들이 다시 활개 치는 것이다.

 

우리 전교조는 이 같은 교육의 퇴행을 막기 위해, 법외노조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25년 동안 지켜 온 참교육 활동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전개해 나갈 것이다. 6.4 교육감 선거를 통해 확인된 국민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여 학교 혁신운동과 참교육 실천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친일·독재미화 교과서 반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운동을 이어갈 것이며, 특권학교 폐지와 일반학교 살리기 운동도 계속할 것이다. 13명의 진보교육감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흔들어 놓은 공교육의 뿌리를 다시 바로세우고, 고교 무상교육,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공교육 정상화 공약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감시와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전교조는 앞으로도 사학비리와 싸우거나 정치 기본권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직된 교사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그들을 지키고 함께 하는 것은 25년간 지켜온 참교육을 이어가는 것이고, 참교육을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에 맞서 계속 투쟁하는 것이며, 정의와 인권을 위해 실천하는 교사로서 제자들 앞에 당당하게 서는 길이다.

조희연·이재정·이청연 교육감 '교육 변화의 열망'을 나누다 [한겨레담 특집]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