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루째 단식농성을 이어온 김정훈 위원장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 뒤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항소와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한편으로 참교육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뉴스분석 ‘법외노조 정당’ 판결
법원 “노조설립때 허위 규약”
교육부 ‘상근자 복귀’ 공문
전교조, 15년만에 다시 거리로
공교육 개혁 후퇴 등 불가피
법원 “노조설립때 허위 규약”
교육부 ‘상근자 복귀’ 공문
전교조, 15년만에 다시 거리로
공교육 개혁 후퇴 등 불가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결국 1999년 합법화 15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조합 규약에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둘 수 있도록 하고, 조합원 6만여명 가운데 9명이 해직교사라는 게 이유가 됐다. 1989년 5월 출범한 뒤 1527명의 교사가 해직되는 고통 속에서도 ‘참교육’의 끈을 놓지 않은 전교조가 다시 가시밭길을 걷게 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19일 고용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를 취소해달라는 전교조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교조가 설립신고 당시 이미 규약이 노조법에 위배됐는데 거짓 규약을 제출해 설립신고를 했다. 이런 경우 시정명령이나 벌금 제재 조처만 받는다면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확보한다는 노조법의 입법 목적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고용부 손을 들어줬다. 판결 직후 교육부는 전교조에 공문을 보내 다음달 3일까지 노조 상근자들이 학교로 복귀하지 않으면 직권면직 또는 징계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전교조는 판결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법원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에 의해 부당하게 해직된 노동자의 노동권을 박탈했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송두리째 부정했다”고 반발했다. 전교조는 즉각 항소하는 동시에 항소심 판결이 나기 전 1심 판결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노동계도 격렬하게 반발했다. 전교조가 소속된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헌신적인 노조 활동의 결과인 해고를 노조 자격 박탈의 무기로 사용한 정부의 발상과 이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갈취를 일삼는 조폭 논리와 하등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잃음에 따라 교육 현장의 혼란과 공교육의 후퇴가 불가피해졌다. 전교조는 그동안 사학비리를 비롯한 교육계 부조리와 수직적인 학교 질서, 입시 위주 교육 등 적폐와 싸우는 등 교육개혁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앞으로는 이런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0교시나 야자(야간자율학습) 등 이른바 교육계 적폐가 재발하고 현장 교사들의 발언권이 약화되는 등 기존의 불합리한 관행이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이번 판결은 전교조 조합원이 학교 현장에서 교육청이나 교장 등의 탄압을 받아도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자격을 빼앗았다. 법 밖으로 밀려난 교사와 학교 관리자 사이의 분쟁과 갈등이 증폭될 때 학생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좋은교사운동의 홍인기 정책위원은 “교육 전반의 권력구조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고 문제가 생기면 약자부터 피해를 입는데, 학교에서 가장 약자인 학생들한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종휘 전정윤 김선식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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