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독, 퇴직자·학생도 교원노조 가입
조합원 자격 자결주의 ‘국제사회 상식’
조합원 자격 자결주의 ‘국제사회 상식’
노동권이 제도화된 나라 가운데 규약상 해직자에게 조합원 가입 자격을 주고 실제 9명이 가입했다는 이유로 나머지 6만여명의 단결권을 박탈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누구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일지는 해당 노조 스스로 결정한다는 게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변함없는 기준이다.
한국노동법학회 연구 결과를 보면, 독일은 한국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같은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에 제한이 없다. 재직중인 정규직 교사뿐만 아니라 은퇴자, 한때 교사였으나 실업 상태인 사람, 교사가 되려는 대학생 등이 모두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실제로 가입해 있다. 영국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이들 모두한테 교원노조 가입 자격을 주고 있다. 다만 노조 안에서 활동할 때 일부 권리를 제한한다. 프랑스 노동법은 일단 한번 몸담고 일한 적이 있는 직업 분야의 노조에는 일을 그만둔 뒤에도 계속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하기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여러 교원단체가 청와대 등에 편지를 보내 한국 정부의 조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9만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1만9000여명이 퇴직자인 덴마크 교원노조는 “한국 정부가 전교조의 등록을 취소하고자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합원이 300만여명에 이르는 전미교육협회(NEA)도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할 때 약속한 게 공무원·교사의 결사의 자유, 노조 활동의 자유였다. 한국 정부의 결정은 명백한 국제노동 기준 위반이며, 과거로의 심각한 퇴보”라고 비판했다.
‘조합원 자격 자결주의’라는 국제사회의 상식은 노조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조처다. 사용자와 노동자 개인의 힘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조라는 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놓고도 가입 자격을 제3자가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면 노조가 자주적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국제노동기구 노동자대표단은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통보 직후인 지난해 10월3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19차 이사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교사의 기본권을 공격하고 국제노동기구 사무국의 권고를 전적으로 무시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3월에 열린 국제노동기구 제320차 이사회에서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법외노조화 조처는 결사의 자유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서울행정법원이 “결사의 자유 원칙을 충분히 고려해 판결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이런 우려와 경고는 쇠귀에 경 읽기가 됐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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