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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집단교섭 가로막는 대학-용역업체 ‘핑퐁게임’

등록 2014-06-27 19:32수정 2014-06-28 11:31

업체가 ‘형식적 고용’하는 탓에
대학은 청소방법까지 지시하며
“협상은 업체와 하라” 책임 회피
노조 “직접고용 전면요구 고민중”
대학 환경미화, 경비,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집단교섭을 통해 동일한 노동조건을 만들어낸 ‘빛’이 있기까지는 간접고용이라는 ‘어둠’을 헤쳐가야 했다. 그 그늘은 여전하다.

이들은 대학에서 일하지만, 대학 소속 노동자가 아니다. 대학과 도급계약을 맺은 용역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간접고용 노동자다. 매년 임금 교섭을 시작하면 용역회사는 도급비를 주는 대학에, 대학은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에 책임을 서로 떠넘긴다. 이 때문에 노조는 매년 학교와 용역업체를 상대로 이중의 싸움을 반복해야 했다. 지난 4년간 집단 교섭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얻어내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한 번도 용역회사들과 교섭이 원활하게 타결된 적은 없다.

서강대 국제학사인 ‘곤자가’ 환경미화 노동자 7명이 가입한 서강대분회는 올해 가장 늦게 집단 교섭이 정리됐다. 용역회사 동우공영㈜에 고용된 이들은 교섭 기간 동안 원청인 서강국제학사 유한회사, 그리고 ‘진짜 원청’이라 할 수 있는 서강대를 매일 찾았다. 곤자가는 서강대와 산은자산운용이 만든 서강국제학사 유한회사가 관리중이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은 서강대 학생들이다.

그러나 임금 인상 문제를 둘러싼 협상에 대해서는 세 곳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 용역회사인 동우공영주식회사 관계자는 “시급 6200원은 우리가 원청에서 받는 용역비 이상이다. 원청에서 용역비를 더 주지 않는 한 인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서강국제학사 유한회사 관계자도 “동우공영 주식회사와 서강대 분회와의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관련성을 부정했다. 서강대 관계자 역시 “동우공영 주식회사와 서강대 분회의 문제이고, 학교는 따로 주장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유승노 서강대 분회장은 “여기 가면 저쪽으로 가라 하고, 저기 가면 다른 쪽으로 가라고 한다. 한 달 동안 아무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아 힘들었다”며 답답해했다.

실제 사용자는 대학이나 형식적 고용주는 용역업체인 현재의 간접고용 구조에서는 제대로 된 집단교섭이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경지부가 전국 54개 대학의 용역계약서를 분석해보니, 대학은 용역업체와의 계약서에 하청회사 직원인 청소노동자 등의 근무시간을 직접 명시하거나(47곳·87%), 구체적인 청소 방법까지 지시(48곳·88.9%)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자처럼 행동하면서도 고용 책임은 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계약서를 분석한 이민정 서경지부 조직부장(공인노무사)은 “용역회사는 임금과 근무형태 결정 권한이 없고, 원청인 학교가 주는 비용과 시키는 내용 안에서만 움직인다. 그래서 원청인 학교가 움직이지 않으면 집단교섭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은 시키되 책임은 지지 않는 비인간적인 간접고용 문제를 해소하고 제대로 된 집단교섭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학본부가 이들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용역회사와 집단교섭 결렬→파업 등 집단 투쟁→원청인 대학과 직접 대화’ 방식이 4년째 반복되는 가운데 서경지부는 내년부터 대학본부가 이들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전면 요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김윤수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직접고용이 되면 용역회사 따로 만나고 원청인 학교와 따로 만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용역비에 관리비, 용역업체 이윤, 부가세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하면 학교는 똑같은 돈을 들이고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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