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공문 한장에 일자리 잃은 하역노동자들

등록 2014-07-02 20:19수정 2014-07-02 21:23

철도역서 시멘트 날라 수십년 먹고살았는데…
코레일, 수도권 14곳중 10곳 중단
일방통보로 100여명 실직 내몰려
“유예기간 줘야 딴일 찾는데…”
코레일 “경영적 판단…이미 공지”
“40㎏짜리 시멘트 포대를 하역하면 한 포대당 266원을 받습니다. 그나마 물량이 계속 줄고 있어 한달 수입은 100만원이 채 안되고요. 그래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중한 직장을 잃는다고 생각하니 잠도 안 오고 미칠 지경이에요.”

고도성장기 서울의 건설 경기를 자신의 ‘등’으로 떠받쳤던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능곡역에서 시멘트 하역 노동자로 일하는 손일봉(61)씨는 1일부터 일손을 아예 놓았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시멘트를 취급하는 수도권 14개 철도역 가운데 수색·부곡·덕정·오류 등 4개역을 제외한 10개 역의 시멘트 취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코레일 서울본부는 지난달 17일 시멘트 생산업체와 물류업체 등에 공문을 보내 이런 방침을 통보했다. 코레일 공문 한장에 10개 역에서 일하는 100여명의 하역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하역 노동자들은 서울경기항운노조 소속으로 코레일 쪽 업무를 맡아왔지만 일감이 없어진다면 곧 해고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35년째 능곡역에서 하역 노동자로 일해왔다는 손씨는 “철도공사에서 공문을 보낸 지 13일 만에 직장이 없어졌다. 소문만 무성했지 제대로 준비할 시간을 주지도 않았다. 최소한 2~3년의 유예기간은 줘야 다른 직장을 알아보든지 할 게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1980년대만 해도 하역 노동자는 ‘괜찮은 직업’이었다고 한다.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처리해야 할 물량은 하루에도 수천 포대씩 밀려들어왔다. “당시 한 포대를 짊어지면 70~80원은 받았어요. 그때와 비교하면 하역 단가는 하나도 안 오른 거나 마찬가지네요. 그래도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식 둘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냈는데 앞으로는 정말 살 길이 막막합니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에서 21년째 일하고 있는 임오승(59)씨도 “우리 역에서는 시멘트와 서울 시내 언론사들로 보내는 신문용지도 취급해 왔는데 일방적인 통보로 갑자기 실업자가 되게 생겼다”고 했다. 그는 “10명이 일단 출근하면서 남은 물량을 처리하고는 있는데, 1일부터 물량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코레일은 경영 악화와 건설시장 축소 때문에 불가피한 조처라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2004년부터 화물을 하역하는 역사의 수를 줄이는 ‘화물 취급역 거점화 사업’을 계속해 왔다. 전국의 화물 취급역 194곳을 75곳까지 축소하는 방안이다. 코레일 서울본부는 “사정은 딱하지만 본사 차원의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문 발송 전에도 이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축소 방침을 충분히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