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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재발방지 대책 요구에 “이미 잘하고 있다”더니
삼성반도체 노동자 또 백혈병으로 숨져

등록 2014-08-04 21:01수정 2014-08-04 22:16

23년간 설비 유지·보수업무 40대
고농도 유해물질에 노출 가능성

삼성, 반올림쪽 요구안 거듭 거부
태도변화 없어 교섭 위기 맞을듯
삼성 “유족 아픔 덜도록 노력할 것”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가 또다시 백혈병으로 숨졌다. 노동자들이 위해 환경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는 방증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의 위해 환경 개선 촉구에 ‘무리한 요구’라며 맞서온 삼성 쪽의 입지가 약해지게 됐다.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는 이범우(46)씨가 1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해 4일 장례를 치렀다고 밝혔다. 이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건 지난달이다. 곧바로 병원을 찾았지만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항암치료를 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김민호 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는 “유족이 산재를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씨는 고등학교 졸업 뒤 1986년부터 삼성반도체 부천공장에서 일하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23년간 온양공장에서 설비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다. 이씨의 업무는 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도 ‘단기간에도 고농도의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작업자가 유해물질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온양공장에서는 노동자의 직업병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 2010년 백혈병으로 숨진 박지연(당시 23살)씨, 2012년 뇌종양으로 숨진 이윤정(당시 32살)씨, 같은 해 난소암으로 숨진 이은주(당시 36살)씨 등도 모두 이 공장에서 일했다. 반올림은 “지금까지 제보된 온양공장 노동자의 직업병 발병 사례만 35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반올림은 재발방지 차원에서 △안전보건 관리 종합진단 △화학물질 취급 현황 등 정보 공개 △사업장 안전관리 외부 감독 △노동자 참여를 위한 노조 설립·활동 방해 금지 등을 삼성 쪽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삼성 쪽은 종합진단은 수용하겠지만 나머지는 “무리한 요구”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삼성의 공개사과로 물꼬를 튼 반올림과 교섭이 재발방지 대책 수용 여부 및 사과·보상 등을 둘러싸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어, 이범우씨 죽음에도 삼성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교섭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직업병 피해가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데 ‘잘해왔다, 문제없다’는 태도만 고수하는 삼성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조돈문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가톨릭대 교수)도 “삼성이 또다른 죽음 앞에서도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교섭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식 반응 외에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김민경 이정애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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