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시민연대 회원인 임후상(42)씨는 11일 오전 11시30분부터 강남구에 있는 케이블사업자 씨앤앰 본사 앞에서 회사 쪽 관계자를 만나려 기다리다 오후 2시가 넘자 자신이 교사로 일하는 지역아동센터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임씨는 이날 다른 시민사회단체 회원 50여명과 함께 씨앤앰 쪽에 ‘케이블방송통신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가입자 서명지’ 2085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씨앤앰 쪽은 문을 굳게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서명지에는 이날로 57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씨앤앰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잇따라 정리해고되는 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특히 경기 북부지역 관리를 맡은 씨앤앰 협력사들은 지난달 노조원만 선별적으로 고용승계를 하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씨앤앰 가입자인 임씨는 “처음엔 설치·수리기사들이 씨앤앰 직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하청회사 직원이라는 얘길 듣고 놀랐다. 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노동조건 개선 등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데 회사 쪽이 직장폐쇄로 대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임씨는 오전 11시 씨앤앰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씨앤앰과 티브로드 등 케이블업체 간접고용 노동자 조직인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의 파업투쟁에 함께하는 서울 지역 192개 시민단체가 뜻을 모은 자리였다.
지역의 노동자와 풀뿌리 시민단체가 연대하는 이른바 ‘노·풀연대’는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씨앤앰을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씨앤앰이 케이블망사업을 하는 서울 마포·서대문·성북·노원·성동·용산·송파구 등 지역 주민에게서 케이블 가입계약 해지서를 받고 있다. 케이블방송통신공동대책위원회는 “당장이라도 케이블을 끊겠다며 해지서를 쓴 시민이 100명이 넘는다. 숫자를 늘려 이달 말께 씨앤앰 쪽에 갖다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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