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취임사에서 대기업의 3·4차 하도급업체 노동자의 임금 등 노동 조건이 원청 노동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용부 장관으로서 열악한 처지에 놓인 간접고용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다짐이자 임금을 올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정책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그는 최대 노동현안의 하나로 최근 10여년간 직접고용이 하도급과 같은 간접고용 형태로 바뀌고 원청과 2·3차 하도급 업체 노동자의 노동조건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를 짚었다. 반가운 얘기다.
문제는 그 격차가 어디에서 비롯됐느냐는 진단이다. 이 장관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자기 중심적 노조 활동과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꼽았다. 그러면서 “기업도 이를 극복하고 노조를 설득해 바람직한 고용 생태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편한 길을 택했다”고 짚었다. 기업이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원청과 아랫단계 하도급업체 사이에 극심한 노동 조건 격차가 나타난 게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적 행태 탓인데 이를 기업이 극복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하청업체·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조건 향상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비판과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대목이 있다. 하지만 그게 간접고용 확대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이 장관은 파업을 예고한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를 향해 “옳지 않다”고 화살을 겨눴다. 현대차 임단협이 한국 사회에 끼칠 영향력을 고려해 전반적인 임금체계 개선을 고민해야 하는데, 통상임금 문제로 파업을 하겠다는 게 마뜩찮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쓰는 데 정규직 노조의 동의를 얻고는 있으나 고용 구조 결정권은 회사가 쥐고 있다. 현대차가 환율 탓에 2분기 영업이익률 1위 자리를 일본 도요타에 내줬지만 독일 자동차업체보다는 여전히 이익률이 높다. 10%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3·4차 하청업체 노동자한테 제 몫을 돌려주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적어도 고용부 장관이라면 대기업 노조를 탓하기 이전에 대기업의 이런 행태를 먼저 지적해야 하지 않을까.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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