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업계 인력 감축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신증권이 희망퇴직자 모집 과정에서 ‘유령부서’로 발령내겠다며 압박해 사실상 퇴사를 강요한 정황이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대신증권 노조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 A지점 지점장과 지점 직원의 대화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에 따르면 지점장은 직원에게 신설되는 방문영업 부서인 영업2부로 곧 발령이 날 것이라며 퇴직 신청을 종용했다.
그는 영업2부에 배치되면 급여가 훨씬 줄고 개인 PC나 책상도 사라질 수 있는 등 업무환경도 크게 열악해질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직원은 지점장의 종용을 받아들여 실제로 퇴사했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대신증권은 지난 5월 26∼30일 희망퇴직 접수를 거쳐 전체 직원의 14.7%인 302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대신증권은 실제로는 영업2부를 신설하지 않았고 이 부서 발령 언급은 위협용 카드였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는 회사 지시로 다른 지점에서도 같은 방식의 퇴사 압박이 널리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회사의 조직적 압박으로 원치 않게 퇴사한 인원이 스스로 나간 사람보다 상당히 더 많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반면 대신증권 사측은 전적으로 당사자 의사에 따라 희망퇴직을 시행했으며 회사 차원에서 인사 발령을 거론하거나 당사자 뜻에 반해 퇴사를 강요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이 회사 홍보 담당자는 녹음 내용에 대해 “회사가 방문영업 부서 신설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해당 지점장이 타 증권사 사례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예상을 말했을 뿐 회사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사측은 “증권업 불황에 따라 좋은 조건에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직원들의 요청으로 전 직원 찬반 설문조사를 거쳐 희망퇴직을 결정했고 최대 2억5천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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