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상담사 지난달 숨진 뒤
아버지가 고용부에 진정서 내고
민주노총, 고객센터 앞서 규탄대회
동료 “실적 못 채우면 임금도 깎여”
아버지가 고용부에 진정서 내고
민주노총, 고객센터 앞서 규탄대회
동료 “실적 못 채우면 임금도 깎여”
“노동청에 고발합니다.”
전북 전주지역 한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사 이아무개(30)씨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고발하기 위해 남긴 유서의 첫 대목이다. 지난달 21일 자신의 차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세상을 등진 그는 유서에서 “전주시 서노송동 대우빌딩 15~17층 엘지유플러스(LGU+)의 고객센터 이야기”라며 “수많은 인력의 노동 착취와 정상적인 금액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고발했다.
“한번은 노동청에서 설문조사가 나온다 하니 미리 예상 질문과 답변을 다 짜서 직원을 교육도 시키더군요. 해당 회사의 정규 근무시간은 09~18시입니다. 상담 직원들의 평균 퇴근시간은 19시30분~20시. 늦게는 22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과도한 상품 판매인데 고객센터에 단순 문의를 하는 고객들에게 전화(070 인터넷전화), 아이피티브이(IPTV), 맘카(홈 시시티브이) 등의 상품 판매를 강요하고 목표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못합니다. 목표건수 역시 회사에서 강제로 정한 내용입니다.”
이씨는 “추가근무수당을 지급해준다고 계약서에 써 있으나 이행이 되지 않습니다.…철저한 조사와 담당자 처벌, 진상규명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유서를 맺었다. 그는 이 회사에 2009년에 입사해 팀장까지 지내고 올 4월에 퇴사했다가 지난 9월에 재입사했다. 그는 유서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러한 부당노동행위를 접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 10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 진정서를 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은 지난 11일 전주시 서노송동 엘지유플러스 전주센터 앞에서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고 나섰다. 조혜진 전북본부 조직국장은 “민주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용주들의 태도로 사업장 문제 해결이 어렵다. 투쟁에 힘을 쏟기 위해 하반기 공동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이 회사 콜센터는 노조가 결성되지 않아 공식적 대응이 힘든 상황이다. 유서에 나온 불법행위를 노동부가 제대로 조사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씨와 함께 근무했던 한 노동자(31)는 “매일같이 고객들의 폭언과 폭설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회사로부터 영업까지 강요당하니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수시로 임금까지 깎여 이씨를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괴로운 마음으로 근무했다”고 고백했다.
엘지유플러스 홍보실은 “협력업체인 콜센터 직원에게 이런 일이 있어 유감이다. 콜센터는 고객전화를 받는 부서와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나뉘는데, 고객전화를 받는 부서에서 일한 고인이 유서에서 상품 판매를 언급하는 등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 조사 결과 사실이면 문제가 없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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