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법정 밖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파기환송심’ 대세 뒤집기 미지수
심상정 “정치권·정부 머리 맞대야”
심상정 “정치권·정부 머리 맞대야”
쌍용자동차의 2009년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는 13일 대법원 판결은 5년 동안 직장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해고 노동자들한테 사법적 해결은 물건너갔음을 뜻한다. 국회 등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해고 노동자들의 소송대리를 맡은 김태욱 변호사는 이날 선고 뒤 “파기환송심에서 다툴 수 있는 쟁점들에 대해 최대한 다투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파기환송심 공판 때 2009년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입증하는 증거를 보강하는 한편 ‘당시 쌍용차 노사가 맺은 고용안정 협약을 위반해 이뤄진 정리해고’라는 관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제기된 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판단이 끝난 마당에 대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선고 전까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해 사람들의 가슴에 가장 깊게 남은 상처는 2009년 8월 초 이뤄진 경찰의 진압작전, 대규모 정리해고 뒤 스러져간 25명의 생명이다. 노동자들이 회사 쪽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공장을 점거한 상황에서 투입된 경찰특공대가 공장 지붕에서 노동자들을 몽둥이로 제압하는 장면은 1998년 세계 금융자본의 요구로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 법제가 도입된 뒤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2009년 6월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은 쌍용차 해고자의 삶은 피눈물 그 자체였다. 경기 평택 지역 기업들이 채용을 기피한 탓에 이들은 전국 각지로 품 팔러 다녀야 했다. 회사한테 버림받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해고자와 그 가족 25명이 5년 새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숨졌다. 회사는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냈고, 그동안 법원은 해고자들이 47억원을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한상균 쌍용차지부장 등 해고자들은 평택 쌍용차 공장 앞 고압송전탑에 올라 지난해 5월 내려올 때까지 171일을 고공농성을 벌이는 한편 서울 대한문 앞에서 장기농성하며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회사의 태도는 싸늘했고 경찰은 대한문 농성장을 강제철거하고 그 자리에 억지로 화단을 꾸몄다.
정치권은 수시로 말을 바꿨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김무성 당시 총괄선대본부장(현 대표)과 황우여 대표(현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해가 바뀌자 태도를 완전히 바꿔 국정조사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로 이제 남은 것은 다시 정치적 해결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기구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부턴 국회가 나서 쌍용차가 해고자들을 어떻게든 흡수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논평에서 “정부와 쌍용차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는 별도로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직 및 생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장을 열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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