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법정 밖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쌍용차 상고심서 “정리해고 유효” 파기환송
노조 “벼랑끝 사투 노동자에 대못 박았다”
노조 “벼랑끝 사투 노동자에 대못 박았다”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2호 법정. 찬바람을 맞으며 법정에 도착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얼얼한 귀에 재판장의 얼음장 같은 한마디가 와서 박혔다. 5년간의 힘겨운 싸움이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에 차 있던 이들의 가슴을 찬바람이 뚫고 지나갔다. 함께 기름밥을 먹던 동료 25명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면서도 ‘끝내 이기리라’고 기대했던 이들은 넋을 잃은 듯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어깨가 처진 채로 걸어 나와 법정 밖 로비에 모였다. 한두 명씩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안경을 벗고 눈시울을 훔치고, 다른 이는 탄식했다. “뭐 이런 판결이 다 있어?” 누군가 허공에 대고 외쳤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당한 쌍용차 노동자 153명의 해고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원고들이 승소했던 원심을 “정리해고는 유효하다”며 파기했다.
대법원은 당시 정리해고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고, 회사가 해고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다했다며 정리해고가 타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제금융위기와 경기불황 등으로 계속적이고 구조적인 위기가 있었다. 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했다”며 “사후에 노사대타협으로 해고 인원이 축소됐다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제시한 인원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가 정리해고에 앞서 부분휴업, 임금 동결, 순환휴직 등 해고 회피 노력도 충분히 했다고 판단했다.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회계보고서의 손실액 과다 추정에 대해서는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할 수밖에 없으므로 다소 보수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2008년 하반기부터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신차 출시 여부가 불확실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예상 매출 수량 추정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08년 판매 부진과 세계 금융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 쌍용차는 이듬해 4월 전체 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의 구조조정을 노조에 통보했고, 파업 등 극심한 노사대립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165명이 정리해고됐다. 이 가운데 153명이 해고 무효소송을 냈다.
1심은 “금융위기 등으로 회생절차를 밟게 된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해고를 단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후 정리해고 근거가 된 회계보고서의 조작 의혹이 커졌다. 2심은 회계보고서 감정 등을 거쳐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회사가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 무효’로 판결했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기자들에게 “지난 6년간 순간순간 질기고 모진 과정을 거치며 벼랑 끝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살아온 노동자들에게 대못을 박은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대법원 판결은) 기업의 판단만으로 대량해고를 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무책임함의 극치이며, ‘정리해고의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과제를 저버린 배신”이라고 했다.
쌍용차는 입장자료를 내어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구조조정 문제가 대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고, 소모적인 사회·정치적 갈등이 해소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경미 전종휘 박승헌 기자 kmlee@hani.co.kr
▷ 관련 기사 :
‘쌍용차 판결’에 항의하는 밀양 할머니들의 절규
▷ 관련 기사 : ‘쌍용차 해고’ 2000일…“복직, 그날이 올까요?”
▷ 관련 기사 : 닫힌 법의 문…정치에서 돌파구 찾을까
▷ 관련 기사 : 쌍용차 노동자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