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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현대중공업 ‘골리앗의 추억’, ‘19년 무쟁의’ 갈림길 쟁점은…

등록 2014-11-23 20:23수정 2014-11-24 09:52

지난 5월14일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 모습. 당시 회사 쪽 교섭대표였던 이재성 회장(오른쪽)이 지난 9월 물러나고 권오갑 사장으로 바뀌었으나 교섭은 6개월 넘게 교착상태에 놓였다. 왼쪽은 정병모 노조위원장.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공
지난 5월14일 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 모습. 당시 회사 쪽 교섭대표였던 이재성 회장(오른쪽)이 지난 9월 물러나고 권오갑 사장으로 바뀌었으나 교섭은 6개월 넘게 교착상태에 놓였다. 왼쪽은 정병모 노조위원장.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공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무쟁의로 교섭을 타결해온 울산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갈림길에 섰다. 현대중 노조는 27일 4시간(오후 1~5시) 파업을 결정해, 20년 만의 파업이 임박했다. 지난 5월부터 6개월 넘도록 끌어온 이 회사 노사간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은 교착상태다.

현대중 노조는 19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90년대 전반까지 국내 대기업 노동운동의 중심축이었다. 이후 급격히 보수화돼 2004년 사내하청 노동자 박일수씨 분신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민주노총 금속연맹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20년 무분규란 노사 상생의 신기록을 앞두고 있다’는 보수 쪽의 칭송을 듣던 이 회사 노조가 최근 ‘투쟁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현대중 노사관계에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먼저 노조가 변했다. 지난해 말 ‘대등한 노사관계’를 내걸고 새로 출범한 현 노조 집행부가 올해 본격 ‘투쟁’ 채비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달 22일 조합원총회(찬반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결의했고, 지난 21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27일 오후 4시간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가 20년 만에 파업에 나서자, 회사 쪽의 올해 3조2000여억원 영업적자 실적을 들어 ‘노조가 최악의 회사 위기 상황에서 파업에 나선다’는 비판이 보수 언론 등에서 나오고 있다.

회사 쪽은 “올해 3분기까지 3조원 넘는 누적 영업적자 때문에 더 이상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압박했다. 지난 9월 노조 쪽이 회사 쪽과의 1차 교섭 결렬 뒤 쟁의발생 결의를 앞두고 있던 때 ‘경영위기 극복’을 이유로 갑자기 이재성 회장이 물러나고 정몽준 대주주의 최측근인 권오갑 새 사장이 취임하면서 노사간의 긴장은 더 높아졌다.

권 사장은 취임과 함께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취임사를 통해 “원칙과 기본의 초심으로 돌아가 일로 승부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평가받는 회사로 바꾸겠다”고 한 뒤, 다음달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 위주 연봉제 도입 방침을 밝혀 노조와의 갈등을 고조시켰다. 정병모 현대중 노조위원장은 “경영 적자를 부풀려 주가를 떨어뜨리고, 연봉제 도입으로 노조를 압박하는 일련의 행태로 볼 때 노조를 무력화하고 정주영-정몽준-정기선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경영 구도를 굳히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반발했다.

노조, 교섭교착에 ‘27일 파업’ 선언
정몽준 최측근 새 사장 취임 뒤
‘비상경영체제’ 선포 긴장감 고조

‘올 적자 3조여원’ 경영위기 주장에
노조 “파업저지 겨냥 손실 부풀려”
연봉제·파업 적법성 ‘평행선 대치’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경영위기 논란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올해 3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하며 “1조9346억원의 영업손실로, 올해 누적적자가 모두 3조2272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초 25만원대이던 주가도 10만원대로 급락했다. 2011년 4조5000억원, 2012년 2조원, 지난해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회사가 1년도 안 돼 3조원대의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국내 빅3 조선업체 중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와 3분기 계속 흑자를 낸 것과도 비교된다.

회사 쪽은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의 저가 수주에다 처음 건조에 도전하는 물량이 많아 공정 지연 등에 따른 손실충당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경영위기를 이유로 회사 쪽이 노사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회사 쪽이 지난 5일 두번째 제시안을 내놓고는 이후 노조의 계속된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회사 쪽은 “최종안을 냈기 때문에 추가 교섭은 무의미하다. 노조의 결단만 남았다”고 맞섰다.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의 조합원 집회 모습. 1990년대 후반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사라졌던 이런 집회가 지난 5월 노사교섭 이후 다시 열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공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의 조합원 집회 모습. 1990년대 후반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사라졌던 이런 집회가 지난 5월 노사교섭 이후 다시 열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공
노조는 “기본급 강화와 통상임금 확대, 조건 없는 정년연장 등 노조의 핵심 요구를 봉쇄해 노조를 압박하고 파업을 막기 위한 의도로 손실을 부풀렸을 의혹이 짙다. 위기의 실상은 잘못된 노사관계를 비롯한 인사노무관리 정책과 비정규직 고용 구조, 문어발식 그룹 경영 구조에 더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선 경기가 어려워지긴 했지만 지난 2월 말 회사 쪽이 경영현황 설명회 때만 해도 ‘열심히 하면 잘될 것’이라더니 몇달도 안 돼 ‘3조원대 손실’을 들먹이고 있다. 회사가 자초한 부실 경영을 ‘위기’라고 내세워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긴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 회사 관계자는 ‘경영 실패’를 인정하며 “단가가 낮아도 품질 개선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를 감행한 것이 위기의 요인이 됐다. 이는 그동안 저가라도 일감을 받아 일 시켜 월급을 주는 게 낫다는 고용안정을 중요시한 현대중 기업문화와도 관련 있다”고 말했다.

■ 연봉제 논란

“노동자가 축구선수나 야구선수도 아니고 연봉제는 무슨 연봉제냐?” 노조 누리집 게시판 등에 오른 조합원들의 반응이다. 연봉제는 권오갑 사장 취임 뒤 30%에 이르는 임원 감축과 대규모 조직 개편 등 강도 높은 경영쇄신 작업을 추진하면서 지난 10일 발표된 회사 방침이다. 다음달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 5000여명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연봉제가 도입되면 직원 임금은 성과에 따라 최대 60%, 임원은 최대 70% 차이가 난다.

회사 쪽은 “조직 개편 이후 제도개선팀을 사장 직속으로 설치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 왔는데 많은 직원들이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등 성과 지급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조는 “경쟁구도를 심화시켜 전체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회사 발전을 저해하며, 많은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무엇보다 연봉제가 도입되면 고정성과 일률성을 특징으로 하는 통상임금 요건이 무너져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가 무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파업의 적법성 논란

노조의 이번 파업과 관련해 지난 19일 회사 쪽은 울산지법에 쟁의행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해 적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노조가 애초 9월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가 투표 기간을 10월22일까지 한달간 연장한 데 대해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았다.

이러한 적법성 시비 때문에 노조 쪽은 앞서 지난 7일 2시간 부분파업을 하기로 결정하고도 전날 밤 갑자기 파업을 유보한 바 있다. 노조는 이후 고문변호사의 법률자문을 거쳐 “규약과 규정, 절차를 지킨 적법 총회”라는 결론을 내리고 일주일 만에 파업 유보 결정을 철회했다.

회사 쪽은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 경영에 타격을 입히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조원은 물론 전 직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맞섰다. 노조는 27일 파업 뒤 상황을 봐가며 쟁의 수위를 조절할 방침이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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