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환, 허영구, 정용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들이(왼쪽부터)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국민카페’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8기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직접선거, 언론사 합동 후보토론회’를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내년 스무 살이 되는 민주노총은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 사상 첫 직선제 선거를 12월3~9일 치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첫 직선제’ 민주노총 언론사 합동 토론회
후보 모두 ‘비정규직 문제 심각’ 공감
차별철폐법 제정·세대별 조직화서
조합비 인상 투쟁비용 마련 제안도
내년 총파업 여부에선 의견 갈려
후보 모두 ‘비정규직 문제 심각’ 공감
차별철폐법 제정·세대별 조직화서
조합비 인상 투쟁비용 마련 제안도
내년 총파업 여부에선 의견 갈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첫 직선제 지도부 선거(12월3~9일)를 열흘 앞둔 23일 언론사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되는 민주노총의 첫 직선제 선거의 최대 화두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와 ‘대정부 투쟁’이다.
이날 서울 합정동 ‘국민카페’에서 오전 10시부터 2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비정규직 문제다. 삼성전자서비스·씨앤앰·에스케이브로드밴드·엘지유플러스 협력업체 설치·수리 비정규직 노동자, 학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등 각종 비정규 노동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및 투쟁 방안,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방안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출마한 후보자 4팀(<한겨레> 11월8일치 9면 참조) 모두 민주노총이 대기업·정규직 노동자 중심에서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인력 양성, 법안 마련, 재정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다. 기호 1번 정용건 위원장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으므로 공공·서비스 분야 비정규직 조직화와 함께 비정규직 차별철폐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호 2번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학교 비정규직 조직화, 씨앤앰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등 성공 사례를 교훈 삼아 청년·이주·노년·아르바이트 노동자까지 조직화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 3번 허영구 위원장 후보는 “조합비 기준을 통상임금 기본급 1%에서 총액임금의 1%로 바꿔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으로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의 물적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4번 전재환 위원장 후보는 “민주노총 운동 20여년 동안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토대가 바뀌었지만 조합원은 비정규직 중심으로 바뀌지 않았다. 지역·산별 조직을 강화해 세대·계층별 맞춤 조직화 사업으로 100만 비정규직 조직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전교조 법외노조화, 철도노조 파업 당시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 등 노·정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공공부문 사영화, 공무원 연금제도 개편 등 현안과 맞물려 대정부 투쟁 방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후보자들은 대정부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방법에선 차이를 보였다.
한상균·허영구 후보자는 내년 총파업으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총선·대선에서 우리 문제를 우리 주도로 풀 힘이 있는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라며 “노동기본권·공무원 연금 개악,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 2015년 총파업으로 투쟁 동력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허 후보자도 “투쟁본부를 설치해 내년 상반기 임금·단체협약 교섭 시기부터 집중해서 투쟁하겠다”라며 “공공부문 사회화·최저임금·특수고용노동자 보호 등 각종 제도 개선을 위해 내년 정기국회 때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정용건·전재환 후보자는 내년 총파업 계획의 현실성에 의문을 던지며, 대신 민주노총의 기반을 넓혀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 후보자는 “사회연대전략으로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라며 “노동기본권과 사회연대전략을 함께 결합해 2016년 정기국회에서 사회안전망 관련 법을 통과시키고 2017년 대선에 노동자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전 후보자도 “매년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잘 안 됐다. 준비된 투쟁이 필요하다”라며 “2015년 공공부문 민영화 총력 투쟁 본부를 설치하고 노동기본권 관련 내용도 만들어 2016, 2017년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오히려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및 진보 대통합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전재환·정용건 후보자는 민주노총이 진보정치세력 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지만, 허영구·한상균 후보자는 당장은 쉽지 않다고 봤다. 전 후보자는 “민주노총이 중심에 서서 진보정치를 재정립하지 않는다면 한목소리로 투쟁하기 어렵다”고, 정 후보자는 “진보정당은 통합 가능하다. 당선되면 통합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허 후보자는 “당을 통합할만한 힘이 없으므로 현장 노동자의 정치 교육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한 후보자는 “현재 조건에서는 사회적 의제를 선점하는 진보정치 동력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집행력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노사정위원회 참여 여부에 대해선 네 후보자 모두 “노동자의 양보를 전제로 한 자리에는 나갈 수 없다”며, 당장은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15일 1차 생중계 토론회, 이날 언론사 토론회, 29일 2차 생중계 토론회 등 세차례 토론회를 거쳐 12월3~9일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 사상 첫 직선제 투표를 진행한다. 최다 득표 후보자가 투표 참가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1·2위 간 2차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1차 투표율이 50% 밑이면 재선거가 치러진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