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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기권 고용부 장관 “기간제 부당해고 땐 남은 기간 임금 주도록 할 것”

등록 2014-11-24 20:51수정 2014-11-25 08:35

내달 ‘비정규직 대책 발표’ 앞둔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금까지는 기간제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해도 남은 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기가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다음달 중순 이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한 <한겨레> 단독 인터뷰에서 “사용자가 2년 계약 시간제 근로자에게 1년6개월 만에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도 ‘실익이 없다’고 각하한다. 앞으로는 부당해고의 경우 금전으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런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가급적 12월 중순 이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현재 제도에서는 계약기간 석달을 남기고 해고된 기간제 노동자가 구제신청이나 소송을 내도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원래 계약한 석달이 지나버리면 해고의 불법성을 다투는 게 의미 없다며 각하해버려 석달치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법을 고쳐 앞으로는 부당해고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해 기간제 노동자가 받지 못한 임금을 받아내게 해 사용자가 해고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 관계자는 “새 제도 시행을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2007년 7월 기간제법 시행을 앞두고 대량해고된 마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카트> 관람 소감을 얘기하다 “(영화의 배경이 된 그때와는) 많이 개선됐으나 미완된 게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장관은 “페이스북에 ‘감성노동을 하는 경비원, 마트 계신 분, 콜센터 근로자들이 노동 강도로 고생도 하지만 고객들로부터 시달리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니, 따뜻한 말과 애정 어린 표정, 지나가며 손 한번 잡아줘도 문제의 80~90%는 해소된다’고 올렸더니 페친(페이스북 친구) 한 분이 <카트>를 보라고 해 일찌감치 봤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계약 기간 내 해고 구제신청해도
현행 체제선 ‘실익 없다’며 각하
국민 안전·생명 직결된 분야엔
비정규직 채용 제한토록 입법
특수직 산재보험 강제가입 검토

-장관에 취임한 지 넉달 됐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고용률 70% 관련 핵심 과제가 있다. 여성 근로자들이 출산·육아 때문에 일자리를 떠나지 않도록 하고, 청년이 조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하는 것, 장년 고용대책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일의 양과 질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고용 생태계 조성도 과제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용부가) 진솔하게 다가가서 얘기하면 진전이 있으리라 본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뜨겁고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다. 어떤 대책을 검토하고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의 소득 향상이다. 내년치 최저임금을 7% 넘게 올렸다. 엊그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들과 만나 최저임금을 꼭 지켜달라고 얘기했다. 둘째는 남용 방지다. 비정규직이 600만명 넘기는 했지만,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2.6%에서 올해 32.4%로 떨어졌다. 아직도 많아 줄여가야 한다. 남용보다는 격차 해소가 절실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부분은 기간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최초의 시도다. 조만간 입법할 계획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2년 기간 내 몇개월짜리 쪼개기 계약도 옳지 않다고 봐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나름대로 완결되면 노사의 의견을 물어 가급적이면 12월 중순 이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쪼개기 근로계약 방지책은 무엇인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 2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인데도 3~4개월씩 나누는 건 적절치 않다. 대부분 그렇게 하는 자리가 젊은이들이 가는 자리다. 쪼개기 계약을 하면 경영주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지 않는다. 몇 가지 사안을 고민중이다.”

‘기간제 3년으로 기한 연장’에
근로자 불이익이라 하면 안돼
감성노동자·외주화·비정규직…
영화 ‘카트’에 노동문제 다 담겨
기업들 근로자 입장서 고민해야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 기한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직종, 연령별로 상황이 다르다. 20대는 정규직으로 가기 위한 인성과 능력을 테스트하는 기간인데 인턴 형태로 작동하는 기간제의 기간을 늘리면 바람직하지 않다. 30대 후반을 넘어가면 기업에서 기간제가 맡는 업무 영역이 정해져 있다. 그 자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분들이 잘 안다. ‘우리 회사의 운용 방식을 봤을 때 내가 능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이 자리 자체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느냐. 없다면 차라리 기간을 길게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간제 사용 기간을 늘리면 노동시장이 나빠지고 근로자에게 불이익이라고 하면 안 된다. 그분들의 처지에서 고민을 해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런 제도 변경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를 봐야 한다. 최소한 부정적 효과는 없다고 판단돼야 한다. 두 가지를 놓고 판단하겠다.”

-현재 캐디 등 6개 직종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산재보험 특례 업종을 14개로 늘릴 방침이지만, 현재는 임의적 성격이 강해 효과가 미약한 것 같다.

“특수형태 노동자 산재보험은 본인이 보험비를 일정 부분 부담하고 있어, 완벽한 근로자처럼 강제하는 것이 옳으냐, 그럴 때 안 내면 어떡할 거냐는 고민이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는 가입을 훨씬 더 강제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가급적 강제가입에 가깝게 가려 한다.”

-원청업체와 정규직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촉진하는 정책 구상이 있나?

“지금보다 2·3차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반드시 향상돼야 한다. 그래야 고용률 70%를 이룰 수 있다. 대기업 경영주뿐만 아니라 대기업 노조가 다 같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1차 벤더 납품 대금을 올리는 상당 부분이 2·3차 벤더로 흘러가야 한다. 대기업 원청이 1차 벤더에 ‘어려운 여건에 있는 2·3차 벤더로 흘러가야 한다. 확인하겠다’고 해야 한다. 그게 협력관계 상생지수다.”

-고용률 70% 관련 시간선택제 확대 정책이 되레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의 질을 악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가 있다.

“풀타임으로 회사에 들어가 결혼하고 출산할 때 파트타임으로 전환한 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다시 풀타임으로 돌아가는 게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이고 선진국 시스템이다. 유럽 쪽은 시간선택제 비율이 더 높다. 네덜란드는 40%, 독일은 20%가 넘는다. 우리도 그 사회로 가지 않으면서 일·가정 양립, 일을 통한 행복을 얻으려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게 목표이고 그걸 향해 가는 것이다. 여성 근로자가 가급적 노동시장에서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시간선택제의 핵심이다.”

-노조 조직률이 10%를 왔다 갔다 한다. 제도 밖 존재가 많다는 것은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낮은 노조 조직률이 고용노동 행정 펼치는 데 결코 유리하지 않을 듯하다.

“여러 군데 인터뷰했지만, 조직률과 정부의 관계를 묻는 것은 한겨레가 처음이다.(웃음) 어려운 문제다. 정부의 일은 사업주가 노조 결성을 방해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도록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면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 여론과 분위기도 바뀔 것이다. 대기업 노동운동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논란을 해소할 방법은 없나?

“교사든 공무원이든 정부에 몸담은 조직이나 단체나 개인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합법적 공간 안에서 활동하며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

-대형 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다룬 영화 <카트>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어떻게 보셨나?

“사실 그 영화를 일찍 봤다. 감성노동자, 알바하는 청년, 일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여성 근로자, 노조 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 걸린 문제, 외주화,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불안 등 문제가 다 담겨 있더라. 기업들이 상대방 근로자 입장에서 고민했으면 그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진행·이제훈 사회정책부장 nomad@hani.co.kr, 정리·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이기권 장관은
행시 합격 이후 34년째 노동업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981년 9월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34년째 노동 분야 업무를 맡고 있는 전문가다. 특히 노-사 관계에 밝고 원만하게 해결하는 능력이 두드러져 지난 6월 장관 내정 소식이 알려졌을 때 노동계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8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지내고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고용노동부 차관을 역임했다. 2012년 8월부터는 고용부 산하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으로 재직하다 전임 방하남 장관의 뒤를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 두번째 고용노동 행정 책임자로 발탁됐다. 전남 함평이 고향으로 광주고를 나와 이 정부에서 보기 드문 호남 출신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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